어느덧 8월이 서서히 저물어만 간다. 긴 장마가 걷히고 태양의 양분이 필요한 온 천지에 골고루 내려앉는다. 장마를 경험하면서 새삼 태양의 고마움을 느낀다.

온 천지가 푸른 물결로 변한 무성한 여름은 모든 만물의 성장과 성숙의 시기임에 틀림없다.

대한의 건아들이 월드컵 4강 진출이라는 신화를 창조하여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기운이 아직도 남은 듯 하다. 하여 정치권은 한껏 고무된 국민에게 걸맞는 보다 성숙한 자세가 요구된다.

순교선열들의 애국심과 신앙의 정신은 다 어디로 사라지고 그들의 후예인 우리들은 서로 다투며 불신 속에 행복을 찾아 헤매고 있단 말인가?

진정한 행복은 어디에 있길래?

돈이나 권력 속에?

지식이나 학문 속에?

아니다. 그것은 우리들 마음속에 내재해 있다.

나 자신이 소중한 존재이며 하느님의 아들과 딸이라는 확실한 믿음 안에 있을 때 참으로 행복한 것이다. 술과 마약으로 세상의 고통을 달래보려는 사람들, 아니 우리 사랑하는 자녀들, 그들만의 잘못이기 이전에 그들을 훈육하는 교육환경과 이기심이 낳은 세상의 무대를 바꾸지 못한 우리들의 책임과 태만을 반성해 본다.

모든 잘못은 그저 네 탓으로만 돌린다. 바로 내 탓이며 우리 탓임을 인정할 때다. 지구를 둥글게 만들어 주신 하느님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음을 깨닫게 해 주신다.

선과 악, 좋은 것과 나쁜 것 또한 동시에 존재하며, 누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선이 되기도 하고 악이 되기도 한다. 선과 악은 넓은 의미로 성숙과 미숙의 차이일 뿐이다. 전체를 보지 않고 어느 한 부분만 분리해서 볼 때 서로 다르게 보일 뿐이다.

가을을 기다리는 밤, 대추 등 과일도 여물기까지는 미숙이라는 시간과 여유를 거쳐야 하는 법이다.

우리들 자신들이 어떤 실수를 하고 잘못을 했다 하더라도 실망이나 좌절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는 성숙되어지는 하나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정치권이나 지도자들의 미숙도 그 안에 포함되리라 믿는다.

자기성숙이 되지 않았기에 상대방의 부족함과 결점을 꼬집어 자기 미숙을 대변하려 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우리들 선조들이 목숨을 다해 열어 준 참 삶의 길을 가기 위해 조용히 명상해 볼 때다.

이역 만 리 프랑스에서 진리의 빛을 밝히기 위해 당진군 합덕읍 신리에서 전교활동을 하시던 다블리 안 주교님이 30대 젊은 오 신부와 민 신부를 불러 불쌍한 한국교우들이 더 이상 고통 받지 않게 우리가 먼저 죽자 하셨으며 1866년 3월 11일 잡히시어 순교하시게 된다.

서양 사람으로서 인종간 국가간의 경계를 넘어선 사랑의 정신을 음미하며 내가 먼저 희생과 봉사로 이웃을 위해 양보하는 삶을 추구할 때, 그것은 바로 나의 행복을 채워주는 지름길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