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교 입학 전형 방법을 선발고사제로 전환하는 것은 단순한 입시 정책의 변화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중학교 교육의 정상화에 엄청난 파급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3년 동안 성실히 학교 생활에 열중하고 꾸준히 쌓아온 내신 성적은 뒷전이고, 단 한번의 획일화된 선발고사의 잣대로 고입을 결정한다면,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학교 생활이 무슨 의미가 있겠으며, 교사의 평가와 학교는 학생들에게 무슨 의미를 줄 수 있겠는가? 선발고사제의 실현이 공교육의 내실화를 가로막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본다.
충남교육청은 2004학년도 이후 고입전형 방법의 변경이 필요할 경우 폭넓은 의견 수렴을 위하여 전교조 등 교육관련단체와 협의하여 실시할 것을 합의한 바 있으나 8월 중순에 일방적으로 2004학년도 입시부터 선발고사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충남교육청은 이 같은 서두름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도민 여러분 큰 일 났습니다. 충남도 내 중학생이 타 시도에 비해 학력수준이 많이 떨어집니다. 그 이유는 고교 입학전형을 전면 내신제로 바꿨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따져보면 학력수준이 떨어졌다는 발표가 얼마나 허무맹랑한 소리인지 알 수 있다.
현재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의 결과에 대한 시·도별 비교는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그럼에도 각 시·도의 몇 개 학교씩을 표본으로 실시한 결과를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터무니없는 통계적 수치를 들이대며 우리 충청남도가 꼴찌라고 자랑(?)하고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위기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마치 이, 삼십년 전 정권의 못된 선전활동을 보는 듯하다.
더욱 이상한 것은 타 시·도에서도(선발고사를 도입하려는) 똑같은 결과를 가지고 서로 ‘우리 시(도)가 꼴찌’라는 근거로 활용하여 시·도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짓거리를 하고 있다.
100% 내신제를 실시한 2002년 첫해에 학생들의 학력수준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또는 올랐는지를 알려 주는 정확한 근거도 없다. 충남교육청은 최소한 몇년 동안의 중학생의 성적 비교 통계 조차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즉 정확한 과학적, 통계적 결과물도 없고, 제대로 된 토론도 없이 학력수준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 섞인 걱정을 마치 진행되고 있는 현상인 것으로 선전하고 있을 뿐이다.
또 선발고사가 부활되면 정상적으로 학교 교육을 받던 학생도 입시에 대한 불안으로 사교육 시장으로 가고, 현재 사교육을 받고있는 학생들은 더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선발고사를 다시 도입하는 것은 공교육 정상화를 외면하고 사교육시장을 활성화 시키자는 얘기다. 선발고사제 아래서 많은 문제점을 보완하고 학교 교육을 정상화 시키고자 1996년 교육부 방침으로 내신제에 의한 고입전형 방법을 각 시·도 교육청에 권장했다. 그 당시 교육부의 이러한 정책은 국민의 환영을 받았다.
「옛날로 돌아가서 매일 같이 시험 대비 문제 풀고, 반복 학습하고, 암기시키고, 주입시키고, 문제 찍어주고」 사실은 이렇게 수업하는 것이 교사는 가장 쉬운 강의 방법이다. 수업연구가 필요 없고 매 년 같은 방법으로 문제은행식 풀이만 되풀이 하면 되니까 얼마나 편한가. 하지만 입시중심 교육의 문제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선발고사 부활에 절대로 동의 할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도시와 농촌의 학력차 문제」를 선발고사 부활의 논리로 활용하는 부류가 있는데 이는 농어촌을 홀대하고 한 두개 시의 입장만을 반영하는 반사회적 생각일 뿐만 아니라 농어촌을 붕괴 시킬 수 있는 정책이기에 향후 고교입학전형은 2002년과 같이 100% 내신제로 꼭 실시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