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불과 채 2년여의 시간을 남겨두고 있다. 2004년이면 쌀 시장의 완전개방이냐 아니면 관세화 유예를 확보하느냐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지난 94년에 체결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은 우리나라의 쌀시장을 10년간 개방유예를 할 수 있도록 했다. 2004년은 그 시간이 만료되는 시점이다. 우리나라는 ‘완전 자유개방’ 방식이던가 혹은 ‘쿼터제의 확대’ 방식을 통해 협상의 후속작업을 추진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농업현실은 유일하게 쌀농사만이 남아 농촌사회를 유지하고 있는 형국이다. 쌀을 제외한 모든 농산물은 자급률이 2~3%를 밑돌고 있다. 따라서 쌀시장의 개방은 우리나라 농촌사회의 기반 상실과 똑같은 표현이다. 만약 쌀 시장이 개방된다면 우리나라의 미래 사회 풍경에서는 농업과 농촌을 제외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쌀지키기와 쌀시장개방 반대운동은 단지 쌀을 지키기 위한 운동이 아니다. 쌀지키기 운동을 통해 우리는 한국사회의 모습을 되돌아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쌀시장개방 반대운동을 통해 한국 농업의 진정한 회생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민족의 목숨줄’인 쌀을 지켜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성장과 개발’을 최고의 가치로 믿고 살아온 지난 세월이 한계상황을 맞고 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더 이상 농업과 농촌의 문제는 농민만의 부담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그대로 한국 사회의 문제이며, 우리 민족 전 구성원의 문제이다. 이러한 인식전환이 문제해결의 처음이며, 마지막일 것이다. 둘째, 우리나라 농업회생의 문제는 쌀을 지켜내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쌀마저 개방된다면 이제 영원히 농업회생의 문제는 거론할 수조차 없게 된다. 쌀시장개방 반대운동은 쌀을 근간으로 하여 ‘민족의 식량자급률 회복’과 ‘먹거리의 안전성 확보’, ‘환경친화적 사회발전전략’ 등을 전면적으로 토론하는 계기로 발전해 가야 할 것이다.

쌀은 민족의 혼이며 민족의 생명이다. 쌀은 우리의 후손의 건강이며 목숨이다. 쌀농사는 우리사회의 환경을 지키고, 수자원의 안녕을 지켜내는 소중한 사회적 활동이다. 쌀농사는 민족의 생존을 타국에 의존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원천이다.

전세계적으로 이미 증명된 이와같은 사실에 의거하여 모든 나라는 ‘자국의 농업기반’과 ‘식량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포괄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경우는 쌀을 지켜내고, 농업을 회생하고 나아가 지속가능한 사회적 건강성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이 부족하다.

그동안 우리의 농업과 농촌을 다루어온 우리들의 방식을 냉철하게 반성해야 한다. 공업을 위해 농업을 희생하는 어리석은 우리들의 모습을 ‘성찰’해야 한다. 각 사회구성원간에 이러한 문제를 다 함께 풀어가자는 사회적 합의가 모아져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모아진 사회구성원들의 정당한 요구를 국가기구는 충실하게 반영하여 2004년을 맞이해야 할 것이다.

당진군농민회에서 진행한 ‘100인 서명운동’은 우리 스스로에게는 이러한 자기 성찰의 시작이 될 것이며, 모든 사회구성원들에게는 커다란 호소가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