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고향 당진에 다니면서 고향 어른들이 IMF 통치 이후 당진의 경기가 나빠지고 고속도로 개통 이후 돈은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쓰레기는 당진으로 몰려오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걱정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농촌에서나 도시에서나 사람이 사는 데 필요한 것은 대체로 일자리와 소득, 건강과 안전, 그리고 자신과 미래세대의 교육이다. 이 세 가지 가운데 미래세대의 교육, 즉 자녀 교육 부분이 농민으로 대책 세우기가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그래서 자녀들을 데리고 도시로 가기도 하지만 농촌에서 살더라도 사교육비 부담이 여간 크지 않다. 할머니 밑에서 자라는 학생들은 더욱 어려워 학원은 물론 보고싶은 책을 볼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이 문제에 대안이 없는가? 마을도서실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마을도서실은 박정희정권 시대에도 ‘마을문고’로 있었지만 관변운동이었던 관계로 권력과 함께 사라졌다. 1990년대 초 민간도서실운동으로 시작되었지만 대부분 도서대여점이나 만화방으로 변질하였다. 그런 가운데 현재 경남 창원, 경기도 일산 등지에서 비교적 활발하게 마을도서실을 운영하고 있다. 서유럽, 미국, 일본에서는 1980년대부터 신사회운동의 영향 아래 마을도서실 운동이 활발하다.
이런 사례에 비추어 당진에서 자연마을과 아파트 단위로 마을도서실을 열 것을 제안한다. 마을도서실은 어른들에게도 정보를 제공하지만 특히 학생들에게 책을 항상 만날 수 있게 한다. 공공도서관이 주민 수만명에 하나를 두어 주로 도서를 빌려주는 시설인 것과 달리 마을도서실은 대체로 자연부락이나 아파트의 50명 안쪽의 학생을 위한 ‘방과후 공부방을 겸한 작은 도서실’이다. 거기서 학생들은 자신의 공동체 학습 공간에서 이기심과 경쟁보다는 함께 공부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무너지는 공교육을 보완하고 학원의 경쟁속도 피하며 사교육비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흔히 "공부가 모두가 아니다"라는 말은 공부하는 것과 함께 어울리기를 따로따로 하지 말라는 뜻이다. 학습을 함께 하면서 성장한 학생들은 장래 지역사회를 이끌고 나아가 지구촌을 이끌 인재가 될 수 있다. ‘개천에서 용' 나듯이 당진에서 미래 사회를 이끌 인재가 나올 수 있다.
구체적으로 마을도서실은 자연마을마다 세운다. 장소는 마을회관이나 아파트관리사무소면 가장 좋고, 교회? 성당? 사찰? 개인집도 좋으며 5평 이상이면 되고 학생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도서는 나부터 시작하여 이웃과 지인이 안보는 책(헌책)을 모으되 우선 1천권에서 시작하여 3천권으로 차차 늘린다. 새책은 한달에 한두권을 보충한다. 책의 종류는 유아에서 어른이 보는 책으로 교양서적, 교과서, 학습서, 잡지, 만화, 비디오 테이프, 팜플릿 등 다양하게 갖춘다. 책꽂이와 책상 역시 헌것을 재활용한다. 여기에 학생들에게 필요한 글쓰기, 그림 그리기와 같이 학교 수업과 충돌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방과 후 프로그램을 둘 수 있지만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 좋다. 우리 교육에서 과잉교육의 피해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컴퓨터는 독서와 충돌하는 면이 있어 도서실 안에 같이 둘지 따져 볼 일이지만, 책을 읽고 스스로 생각하는 습관 키우기가 더 중요하다. 마을도서실은 운영주체가 없으면 만들거나 지속할 수 없다는 점에서 어른모임이 활발하거나 생태환경 지키기 싸움을 한 자연마을이나 아파트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마을도서실은 돈이나 노력이 별로 들어가지 않지만 적어도 닭 10마리를 키우는 것처럼 작지만 지속적인 정성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