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돌이와 밥순이’ 20㎏ 한 포대에 5만4천원

합덕읍 신흥리 너른 들판 한가운데 서 있는 ‘광야농장’. 쌀전업농으로 2만4천평의 벼농사를 짓고 있는 젊은 농업인 박수현(41)씨의 개인 미곡처리장이다. 박씨가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고 있는 자체 개발 브랜드쌀 ‘흙돌이와 밥순이’는 20㎏ 한 포대에 5만4천원에 팔려나가고 있다.

수입개방을 눈앞에 두고 벼농사는 이제 끝이라며 모두들 고개를 내두르는 요즘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고 벼 건조기와 자동화 도정설비에 과감히 투자해 위기의 쌀농업에 도전하고 있는 박씨. 그는 자체 브랜드 개발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투자를 통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젊은 농부의 다짐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합덕읍 너른 들판을 바라보며 선택한 농부의 길. 23년 동안 벼농사라는 외길을 걸어온 박씨. 서 있는 자리가 어디든, 무슨 일을 하든 자신이 하는 일에서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그의 다짐은 남다른 열정으로 나타났다.

농사를 시작한 이래 지금껏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작성해온 영농일지. 콩 타작기와 모판 이송용 롤러 등 필요한 기계는 없으면 스스로 만들어서 사용하는 적극적인 도전. 벼농사의 길을 택한 그는 쌀농업에서 누구보다 앞선 전문가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최고의 쌀 생산을 위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최고의 쌀을 생산하겠다는 그의 집념은 남다르다.

콤바인을 이용해 벼를 수확하기 시작한 22년 전부터 그는 볏짚을 모두 논에 되돌려 지력을 돋우고 있으며 올해도 벌써 볏짚을 썰어 논을 갈아엎어 놓았다. 또한 농협에서 제공한 간이토양검정기를 통해 토양의 산도를 직접 측정하며 토양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친환경농업을 위해서도 그는 수시로 예찰활동을 벌여 벼 병충해를 사전예방하고 농약사용을 최소로 억제하고 있다.

자극이 없으면 발전도 없다

3년전 합덕농협에서 실시한 경기도 호법농협 현장견학. 그날의 현장 견학은 박씨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10kg 한 포대에 3만9천원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경기도 쌀을 마주한 그는 할말을 잃고 말았다.

‘똑같이 농사지은 쌀인데 우리는 왜 그런 값을 못 받을까’. 한동안 충격에 휩싸였던 그에게 ‘나라고 그렇게 못할 이유가 뭐냐’는 오기가 발동했다. 호법농협에서의 자극을 계기로 그는 새로운 도전을 꿈꾸기 시작했다.

자체 브랜드 개발과 미질로 승부한다

새로운 도전에 나선 그가 내린 결정은 자체 브랜드 개발과 미질을 통한 승부였다. 올해 10월말 철탑산업훈장을 수상한 바 있는 농협중앙회에 근무하는 형 박철현씨의 풍부한 조언은 그의 결정에 큰 힘이 됐다.

인터넷 홈페이지(www.ssal365.com)를 개설하고 ‘흙돌이와 밥순이’라는 자체 브랜드를 개발한 그는 올해 그동안 사용하던 간이 도정기를 치우고 자동화 도정설비를 설치했다. 제대로 된 승부를 하려면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밥맛이 좋은 ‘소비벼’, ‘동진1호’ 등의 품종을 선택해 재배하고 벼를 수확한 뒤에는 적정온도에서 건조해 산물벼로 보관하고 있다가 주문이 들어오는 당일에 주문받은 양만큼,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도정해 배송한다. 가장 좋은 밥맛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다같이 가야할 길

누군가 먼저 가는 길은 어렵지만 다 같이 함께 간다면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말하는 박씨. 앞으로 거래처가 충분히 확보되면 일년내내 동일한 품질의 쌀을 원료곡으로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이 생기는데 주위의 농민들이 우수한 품질의 쌀 생산을 통해 다같이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품질이 우수한 합덕쌀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경기미로 둔갑해 팔리는 현실이 가슴아프다는 박씨. 그는 자신의 이러한 노력이 합덕쌀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올바른 대접을 받도록 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투자로 쉼없는 전진을 꿈꾼다

쌀전업농중앙연합회 주관으로 지난 11월8일부터 3일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전국으뜸쌀선발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박씨.

개방화시대 쌀농업의 위기를 맞아 정부의 임시방편 농업정책에 연연하지 않고 스스로 자구책을 만들어 나간다는 그는 앞으로 쌀의 품질을 일년내내 유지하기 위해 벼 저온저장고 설치라는 새로운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벼농사는 사양산업이 아니라며 과감한 투자와 품질로 승부하겠다는 그의 도전이 성공의 결실로 맺어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