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혁 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성공회대 NGO대학원 교수
유권자가 선거의 주인이 되어야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고 국정을 바르게 이끌어나갈 좋은 대통령을 뽑는 것은 유권자의 몫이다. 룻소는 유권자는 투표일에만 주인이고 그 나머지 기간에는 노예라고 이미 오래 전에 지적했다. 룻소의 혜안을 증명이라도 하듯 현대의 대중 민주주의는 구경꾼 민주주의가 되어버렸다.
주권자인 국민이 선거 때에만 주인 노릇을 할 수 있을 뿐, 나머지 기간에는 관중석에서 정치를 구경만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주권자인 국민을 배신한 낡고 썩은 정치를 더 이상 지켜보지 않으려면 유권자들이 움직여야 한다. 정치가 스스로 바뀌지 않는다면 정치의 주체인 유권자가 나서서 바꿔야 하지 않겠는가.
유력한 집안이나 좋은 배경, 명문 학력, 화려한 경력이 좋은 대통령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인상이 좋거나 말을 잘 한다고 좋은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공인이 될 자격’을 갖추어야 하며 ‘다음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자질과 능력’을 갖춘 후보가 좋은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공인으로서의 자격’은 대통령에게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주요한 공직을 맡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져야 할 기초적 조건이다. 지난 가을에 있었던 국무총리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났 듯이 도덕성과 청렴성, 그리고 납세와 병역 등 국민의 기초적 의무 이행에 흠이 없는 사람만이 고위공직자가 되어야 한다.
대통령에게는 국무총리보다 더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청렴성이 필요하다. 따라서 유권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여러 후보 가운데 공인의 자격을 갖춘 사람을 찾아내는 일이다.
당당하고 떳떳한 유권자가 되자
‘공인으로서의 자격’을 갖춘 것으로 확인된 후보들을 고른 다음에는 그들의 자질과 능력을 따져봐야 한다. 예컨대 국정수행 및 통합조정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민주성과 개혁성을 갖고 있는지, 일관성과 책임감을 지녀 신뢰할만한지,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인지 여부를 꼼꼼히 살펴봐야 '탁월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자격과 자질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가. 유권자의 판단에 주요한 몫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TV토론이다. 자칫 이미지의 함정에 빠질 수도 있고, 모든 후보가 다 참여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지만 TV 합동토론은 유권자에게 좋은 판단의 기준을 제공해줄 것이다.
내 한 표가 소중하게 쓰여지기를 바라거나, 좋은 대통령을 뽑고 싶은 유권자라면 TV 합동토론을 꼭 시청해야 한다. TV 토론을 지켜보면서 지역갈등을 조장하거나 남녀 차별적 언행을 하는 후보, 냉전적 사고를 바탕으로 남북문제를 바라보는 후보, 민생안정과 복지확대에 부정적인 후보, 말을 자꾸 바꾸는 후보 등 자질 미달인 후보를 가려내야 한다.
좋은 대통령 만들기는 유권자의 손에 달려 있다. ‘투표하는 손’은 예쁜 손이고 ‘기권하는 손’은 미운 손이다. ‘정책을 보고 찍는 손’은 멋진 손이고, ‘지연·혈연·학연 등을 보고 찍는 손’은 부끄러운 손이다.
검은 돈을 ‘주는 손’은 나쁜 손이지만, 그 검은 돈을 ‘받는 손’은 잘못이 없는가. 이번 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이 두 손 번쩍 들어 환호할 수 있는 ‘당당한 손’, ‘떳떳한 손’이 되었으면 좋겠다.
※위 글은 ‘인터넷 대자보’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