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폭등 겹쳐… 설 대목도 이젠 옛 얘기

설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재래시장의 상인들은 별다른 활력을 찾지 못한 채 울상을

짓고 있다.

불과 두달 전과 비교해 대파 한 단이 1000원에서 1,500원으로 오르는 등 채소·과일·생선

등의 물가가 25%에서 많게는 50%까지 올랐고, 설 대목을 앞두고 또다시 급등할 것으로 예

상돼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한겨울 한파처럼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근의 재래시장을 이용하던 소비자들도 점차 대형할인마트로 몰리고 있어 재래시

장 상인들의 시름은 좀처럼 풀릴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당진·합덕·신평·기지시 등 재래시장 상인들은 설 특수를 준비하고 있지만 큰 기대는 걸

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 상인들은 무턱대고 물건만 들여놨다가 소비자들이 찾지 않아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염려 때문에 제수용품과 성수품의 준비를 꺼리고 있다. 실제로 얼어

붙은 소비경기와 물가의 급등, 대형할인마트 출현 등의 영향으로 물량을 제대로 예측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당진 재래시장에서 20여년 동안 채소 장사를 해온 윤영숙(60)씨는 “지난 ’98년 수해를

입었을 때 숱한 손해를 봤는데 요즘도 그때와 비슷한 상황”이라며 “손해를 볼 것 같아 제

수용품을 많이 들여놓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18년 동안 대흥청과를 운영하고 있는 김영관씨는 “교통이 불편해서 손님들의 발길이 적어

지고 있는데다 읍내에 대형할인마트가 들어선 후엔 하루하루 버티는 게 적자”라며 “대형

할인마트가 한푼이라도 더 싸긴 하지만 상품가치와 신선도를 비교하면 별반 차이가 없다”

고 말했다. 또 “시장의 좁은 커브길에서 사고가 종종 발생해 매우 위험할 뿐만 아니라 교

통이 불편해 소비자들이 재래시장을 기피하고 있다”며 “IMF 때도 이렇게 어렵진 않았

다”고 털어놓았다.

합덕 재래시장에서 현만상회를 운영하고 있는 전주섭(45)씨는 “장사가 어지간히 돼야 물

건을 갖다놓지 않겠느냐”며 “설 특수를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원수퍼를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요즘은 단골 때문에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며 “당진읍의 코오

롱마트로 저녁에 쇼핑을 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어 매출이 줄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얼마 전에 개업한 코오롱마트는 선물세트와 설 관련 성수품을 이미 진열해 놓는

등 설 특수를 부지런히 준비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2일 오후, 눈이 쌓여 길이 미끄러운데

도 썰렁한 재래시장의 풍경과는 반대로 코오롱마트는 다소 활력 있는 분위기였다. 코오롱마

트 과일코너의 한 점원은 “설 때는 평상시에 비해 세배 정도의 매출이 예상되고 있다”고

말해 위축된 소비경기의 영향을 받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신평에서 코오롱마트를 찾은 오세영 주부는 “대형할인마트가 비싼 건 비싸고 싼 건 싸지

만 교통이 편리하고 물품이 많아 종종 이용하고 있다”며 “신평에도 재래시장과 마트가 있

지만 코오롱마트가 생긴 이후엔 코오롱마트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설 대목에도 재래시장의 상권은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의 경제인들은

재래시장의 침체는 별다른 대책 없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