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꽃이 피면 산불이 사라진다는 5월에, 나는 지난해 4월14일날 산불이 발생했던 예산군 광시면과 신양면을 지나가게 되었다.

청양군 비봉면 중묵리에서 무속인의 실화로 충남 역사상 최대의 산불이 발생했던 그날은 초속 17m의 강풍과 돌풍 등 악천후로 인력 진화는 물론, 헬기 진화까지도 불가한 상태에서 20여시간 동안 2개면 15개리 1,600ha의 임야를 삼켜버렸고, 건물 가축피해 등 77억원의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고 한다.

앞뒤를 둘러봐도 검둥이가 되어버린 산과 검은 재와 연기만이 남아 있는 가옥은 그때의 그 비참한 참상(慘狀)들이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그날은 거대한 불덩이가 이 산에서 저 산으로 최고 500m 거리를 날아다니며 옮겨 붙는 바람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고, 연기와 불타는 냄새가 온 천지에 진동했다고 한다.

주민들은 혹시 불길이 더 번지지나 않을까 밤새 불안에 떨어야 했다하니 산불이 얼마나 무섭고 잔인한 재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산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준다. 그 중에서도 ‘건강한 숲이 있어야 바다도 풍요로워진다’는 말이 있듯이 숲은 우리에게 풍부한 바다를 가져다준다.

수자원의 풍요로운 서식처를 만드는 부엽토, 다량의 미네랄이며 강물을 통해 운반된 각종 영양분은 바다 생물들의 먹이인 플랑크톤을 풍부하게 만든다.

그러니 강은 숲과 바다를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는 역할을 하며 건강한 숲으로부터 흘러가는 강물이 어류, 조개, 게 등 풍부한 어족자원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처럼 숲은 우리를 풍요롭게 해주므로 숲을 보존하려면 지금까지의 관행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매년 식목일(植木日)은 청명(淸明)이나 한식(寒食)이 겹쳐지는 4월 5일이며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다. 대다수 사람들은 식목 행사보다는 등산이나 사초를 해 식목일의 의미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한식(寒食)은 산에서 불에 타죽은 진(晉)나라의 개자추(介子推)를 애도하는 뜻에서 불을 쓰지 않고 찬 음식을 먹는다는 유래가 있는 날이다. 예전부터 이 날을 맞으면 사람들은 조상의 산소를 찾아 음덕을 기리며 제사를 지내고 산소를 찾아보는 풍습이 있었다.

그러나 한식날이면 입산자(入山者)들의 부주의로 산불 피해가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식목일에도 충청남도내에서만 14건의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하여 17ha의 산림이 불에 탔다.

이날 충청남도에서 식재(植栽)한 예산과 산불로 인한 피해액이 비슷하다 하니 참으로 어구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이날 발생한 산불은 성묘객(省墓客)의 부주의로 인한 실화가 8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식목 주간이 오히려 나무를 죽이는 사목(死木)주간으로 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처럼 한편에서는 나무를 심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실화 등으로 애써 가꾼 나무가 한 순간에 잿더미가 되는 식목일은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

지금은 이상기온 현상이 해마다 되풀이되면서 계절 변화와 함께 세상도 많이 변하고 있다. 그러므로 기후의 온난화에 따라 식목일은 현재의 4월5일에서 1주일 앞당긴 3월30일날로 재조정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이것은 어느 한 개인의 생각이 아니라 범정부적 차원에서 다뤄져야 하므로 상부에 건의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를 위협하는 산불 재앙은 끊임없을 것이다. 인간의 능력은 한계가 있어 예방만이 최선이라는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 우리 모두는 더 많은 노력과 철저한 예방책으로 산불없는 조국을 만들고자 ‘푸른 숲 보존의 길’에 앞장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