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뭐, 흙집이 좋지. 조립식은 더 춥기만 혀.”
이홍선(70) 할아버지는 고맙다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빈 소주잔을 채우며 던진 그 한마디는 삶의 바다를 허우적대느라 너무 늙어버린 당신에게 남은 마지막 자존심이리라. 그러나 이홍선 할아버지는 종종 마당에 나와서 땀흘리는 밝은사회 회원들을 묵묵이 지켜본다. 그리고 가끔 고개를 돌려 새로 지어지는 집을 보기도 한다. 무표정하게 덤덤한 자세를 취하지만 분명 가슴은 한없이 떨릴 것이다. 달력에 펜으로 동그라미를 그려 넣고 소풍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어린아이처럼.
사랑이 집을 만든다
밝은사회 회원들은 지난 5월28일부터 이곳 송악면 가교리의 노부부 이홍선·구환서씨 집을 새로 짓고 있다. 노부부가 평생을 살아온 이 집 옆에 ‘뚝딱 뚝딱’ 지어지는 새집은 하루가 다르게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당진군에서 주거환경개선사업의 일환으로 거주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하게 노후된 주택을 새로 지어주고자 집짓기 사업을 해요. 그러나 군에서 지원하는 주거환경개선사업금 500만원과 자부담금 700만원만으로는 새로 집을 짓기가 어려워서 밝은사회 당진클럽 회원들이 나서서 후원하고 있습니다.”
김용관 회장은 밝은사회 회원들이 땀 흘리는 이유를 설명하며 환하게 웃는다. 집짓기 현장에 모인 밝은사회 회원들은 서툰 솜씨지만 손수 집을 짓고, 회원마다 자신이 종사하는 업종에 따라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에 최대한 도움을 주고 있었다. 우연의 일치인지 62명의 밝은사회 당진클럽 회원 중에는 설계, 씽크대, 건축 자재 등 건축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회원들이 많다고 한다.
결국 이홍선 할아버지 부부의 새집은 밝은사회 회원들이 자기 시간을 쪼개어 가며 삽을 들었던 시간, 생업을 잠시 미루고 허드렛일을 해야했던 땀방울들로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레미콘도 못 오는 비좁은 길
“가장 힘들었던 건 외진 곳이라 큰 도로가 없어서 레미콘이 못 들어왔을 때예요. 회원들 중 트럭이 있는 사람이 큰길에 서 있는 레미콘에서 콘크리트를 받아 공사현장까지 들어와야 했어요. 트럭에서 콘크리트를 삽으로 쏟아내고 다시 콘크리트를 받으러 가고…. 레미콘만 들어오면 훨씬 수월하게 끝낼 수 있던 일이 배 이상으로 힘들었죠.”
밝은사회 회원으로 공사 시작부터 끝까지 내내 현장에서 함께 했다던 나상흠(선진건설 대표) 씨는 그때를 회상하며 너무 힘들었다고 혀를 내두른다.
“회원들이 고생 많이 했어요. 오는 길이 너무 비좁아서 레미콘 뿐 아니라 자재를 나르는 큰 차가 여기까지 올 수 없으니까 회원들이 작은 차로 일일이 날라야 했거든요. 모두들 생업이 있는 사람들인데 시간이 될 때마다 공사현장에 나와서 육체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봉사를 했어요.”
비좁은 길, 개인적 일정, 공사를 진행하면 할수록 더욱 어려운 난관에 부딪혔지만 밝은사회 당진클럽 회원들은 뜻을 모아 단합된 힘으로 ‘집짓기’를 ‘사랑’으로 실천했다.
“돈 얼마씩 내는 것은 여유만 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몸으로 하는 봉사는 개개인이 많은 것을 감수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이죠. 그런 의미에서 우리 회원들이 자랑스럽고 고맙습니다.”
연일 계속되는 공사에 얼굴도 검게 그을리고 몸도 지쳐있지만 나상흠씨는 회원들 자랑에 함박웃음이다.
이제 2호 집 지으러 간다
지난 11일에는 MBC ‘신동엽의 러브하우스’에서 아름답고 실용적인 집을 설계한 건축사 김원철씨가 현장을 방문해 자신의 일처럼 나서서 최선을 다하는 밝은사회 회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이제 도배만을 남겨둔 ‘사랑의 집짓기 1호’.
“부족한 가운데서 봉사를 위해 모인 밝은사회 회원들의 모습이 정말 보기 좋네요. 이런 좋은 행사에 함께 하지 못해 아쉬운걸요”
밝은사회 회원들은 유명한 건축사의 말에 힘을 얻는다. 그리고 지어진 집을 바라보며 오랜 세월 깨끗한 집 한 채 없이 살아온 삶이 한스러워 눈물로써 고마움을 대신한 구환서 할머니의 미소에 또 다른 사랑의 집을 짓기로 다짐한다.
오늘(23일)부터는 송악면 기지시리에 있는 2호 집 공사가 시작된다. 지금까지의 어려움이 반복될지도 모르지만 밝은사회 회원들의 표정은 밝다. 어려움보다 값진 행복과 사랑을 더 많이 얻었으니까.
김용관 회장의 마지막 말이 인상적이다.
“기회만 된다면 매년 한 채씩 집을 지어주고 싶어요. 클럽의 행사예산을 줄이고 회원들이 조금씩 더 노력하면 가능할 것 같은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