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도하개발 아젠다(DDA) 협상에 의한 농산물시장 개방 압력이 거세게 몰아치면서 다국적기업인 외국의 유통업체들과 국내 대기업 유통업체들이 국내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격전을 밤낮없이 치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형 할인매장들은 대도시에서 중소도시로 거점 유통망을 점차 넓혀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앞으로 발생될 심각한 문제는 이들 국내외 대형 유통업체들이 전국적으로 유통망을 확장했을 때 컨테이너 단위로 일정 규모의 물량을 해외에서 수입할 것이라는 데 있는 것이다.
만약 대형 유통업체들이 값싼 수입농산물로 소비지 시장을 공략한다면 과연 우리 농산물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인가?
우리 농산물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생산자 단체인 농협이 산지에서 농산물 유통의 규모화를 통한 구매교섭력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농협의 농산물 유통사업은 외형적으로만 크게 성장해 왔을 뿐 내실면에서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농협이 취급한 농산물 판매액이 2001년도에 11조 5천551억원으로 전체 농산물생산량의 34%에 달했으나 산지 농협의 역할이 대부분 농산물을 순회 수집해 수송이나 대금정산을 해주는 수준에 있으며 농가의 경영비 절감이나 브랜드화와 직결되는 공동선별, 공동계산 비율이 전체 취급액 중 5% 내외에 불과한 것이 농협 판매사업 내실의 빈약을 극명하게 나타내는 사례다.
농협이 신용사업에만 치중한다는 외부로부터의 비판도 이로 인해 발생되고 있는 만큼 현시점에서 농협 판매사업의 근본적인 개혁실천 방안을 찾지 못하면 농협이 설 자리를 언제 잃게 될 지 모른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루라도 빨리 산지의 규모화를 이루는 것이다.
소량 다 품목 취급이 불가피한 현재와 같은 체제로는 브랜드화를 통한 상품성 제고도 어려울 뿐더러 시장 교섭력이 취약해 판로 개척하는 것도 이만저만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의 농산물 유통환경은 다국적 대기업 유통업체가 대형화, 체인화 되면서 농산물을 도매시장이 아닌 산지에서 대량으로 직구매하는 형태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농산물 산지는 단지화, 규모화 되어 있지 않으며 연중 지속 공급을 원하는 대형 유통업체들의 요구에도 부응치 못하고 있다.
따라서 해결방법은 유통 활성화 농협 중심으로 연합 판매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규모화를 위한 기반구축은 물론 가격 불안정 등에 따른 위험만을 의식한 수탁사업 중심의 소극적 판매사업 추진구조도 근본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하고, 판로 개척 등에 나설 수 있는 지역 농협의 유통전문인력 확충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농업농촌이 어려울 때일수록 농협의 경제사업이 질과 양적인 측면에서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고서는 시장개방에 대한 대응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농협이 농업인들로부터 외면받게 될 수밖에 없다는 비장한 각오로 경제사업 개혁실천과 성공적인 농산물 산지 유통사업 추진을 위하여 농협에 종사하는 직원 모두가 역량을 하나로 모으는 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