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도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다. 이번 여름의 더위만큼이나 우리 사회도 크고 작은 스캔들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것 같다. 근자에 들리는 소식은 우리 서민들을 더욱 짜증나게 하고 있다. WTO 도하개발아젠다 협상,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체결 등으로 인해 100년 직업이라는 농업이 도산 위기에 처해있다고 야단들인데 정치권은 나몰라라 하고 있다. 민생은 뒷전이고 정파적 이익만을 도모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우리 모두의 각성 필요
최근 언론을 장식했던 굿모닝시티 사건이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국내 굴지 기업의 회장 투신자살과 그에 따른 로비 의혹이 정치권을 달구고 있다. 장례가 끝나기 무섭게 해당 기업의 비자금설과 함께 정치권 유력인사가 불법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구속되었다. 여당은 음모론으로 술렁이고 야당은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국민들이 기업회장의 죽음으로 그가 이끌던 대북경제협력사업과 이로 인해 남북관계는 어떨지, 그리고 외국 투자가들이 한국경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걱정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처럼 똑같은 사안을 놓고 정치권과 국민의 생각이 전혀 다른 상황이다 보니 국민들은 정치에 대하여 기대를 버린지 오래다.
산업현장의 불안도 심상치 않다. 근로자들은 자신들의 권익을 위해 파업이라는 수단을 빈번하게 동원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기업의 파업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현대자동차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파업기간중 많은 협력업체들이 재고누적으로 조업을 중단하게 되고, 결국은 자금난에 몰려 도산으로 이어지기까지 한다. 같은 근로자이면서도 한쪽은 파업을 통해 더 많은 임금과 근로조건 개선이라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한편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임금이 줄고, 심지어 직장마저 잃는 상반된 결과가 나타나는 「제로섬 게임」이 된 것이다.
물레방아를 다시 돌려야 할 때
최근 우리지역에서도 화물연대 파업이 있었다. 큰 불상사 없이 종료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그동안 파업에 참여한 당사자와 가족, 그리고 화주들이 겪은 심적·물적 손실은 엄청날 것이다. 이처럼 손실이 많은 마지막 수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단 말인가? 비단, 산업현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상생활을 되돌아보면 타협과 양보를 통해 모두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윈윈 게임」이 없는 것도 아닌데 한쪽은 손해를 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방사능폐기물처리장 설치 문제로 다툼이 있는 부안군 사태도 그 중에 하나이다.
우리나라가 어쩌다 이지경이 되었는지 참으로 기이한 일만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이러다가 국민소득 1만달러 함정에 빠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우리가 그렇게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 치던 6~70년대 빈곤의 시대로 되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 우리는 선진국도 아니고 자원이 풍부한 나라도 아니다. 우리가 내세울 것은 사람 뿐이다. 우리가 지난날 어려웠던 시기를 잘 참고 견뎌낼 수 있었던 것도 질서와 협동, 근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나라에서 한국을 배워야 한다며 부러워했었다. 우리 모두는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 멈출 듯 힘을 잃어가고 있는 국민들의 동력을 하나로 모아 다시 물레방아를 돌려서 보리방아를 찧어야 한다. 곪은 상처는 도려내어 빨리 치유하지 않으면 새살이 돋지 않는다. 하루가 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