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 남부에 위치한 공업도시 샌안토니오(San Antonio)에서 태어난 제이슨(29, Jason)·코니(25, Connie) 부부.

각각 요리사와 교사였던 이들은 2000년 12월23일 결혼해 체코와 오스트리아,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 왔다. REI 미국랭귀지스쿨 본사를 통해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게 된 두 사람은 취업비자로 1년간 머무르고 있다.

“우리는 늘 함께 일할 수 있는 곳을 원했기 때문에 적합한 곳을 찾던 중 예일학원과 인연이 닿아 지난 4월부터 강사로 근무하게 되었어요.”

한국에서 일하게 되면 다른 나라와 달리 항공료와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좋은 조건이 많기 때문에 특별히 한국을 택하게 됐다는 이들 부부는 예일학원(원장 한재준)에서 주로 오전에는 유치부, 오후에는 초등부를 맡아 영어지도를 하고 있다.

읍내리 킴스피자 4층에서 생활하고 있는 부부는 당진 사람들에게 선함과 친절을 느낀다고 말한다. ‘빵집이나 슈퍼에 들렀을 때 우리를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작고 아담한 곳’이라고 표현하는 부부.

이들은 좋아하는 음식도 여러가지다. 채식주의자인 코니는 특히 부침개를 좋아한다고 강조한다. 코오롱마트 옆의 한 음식점을 자주 찾는 부부는 메뉴를 읽을 수는 없지만 중국음식점도 찾을 만큼 특별히 가리는 것 없이 잘 먹는다고. 얼마 전 초밥을 먹으러 들어간 일식집에서 주문한 것 외에 서비스로 음식을 더 대접받은 일이 무척 기억에 남은 모양이다.

“한국의 계절은 매우 인상깊어요. 봄, 여름은 주로 비가 많이 내리고 더웠지만 노랗게 물든 단풍이 떨어지는 가을은 정말 예쁘죠.”

계절간 변화가 적고 비교적 따뜻한 기후인 텍사스에서는 눈을 구경하기란 어려운 일. 부부는 출국하는 내년 3월 전까지 겨울을 만끽하며 스키를 타보고 싶다고 말한다. 하늘에서 쉼 없이 내리는 눈발들이 거리며 들판에 조용조용 쌓이는 광경을 본다면 깜짝 놀라지 않을까 싶다.

“지난 주말에는 둘이서 자전거를 타고 남산도 오르고 근처 농장을 다녀오기도 했지요.”

학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수업일정에 따라 바쁘게 생활하고 있지만 그 일상에서 고스란히 빠져나온 주말은 둘만의 오붓한 시간이다. 주말이 찾아오면 부부는 밖으로 나가 아낌없이 당진의 공기를 크게 들이마시고 음미해본다.

제이슨씨는 산책과 그림 그리기, 축구를 좋아한다. 주말이 되면 부부는 그동안 미뤄두었던 집 청소나 쇼핑을 즐기기도 하고, 가끔 서울 교보문고에 들러 책을 사 보기도 한다. 또 인터넷을 통해서 과학이나 역사 등 틈틈이 공부도 한다고. 찜질방도 좋아하고, 영화 관람도 하면서 부부는 당진에서의 시간을 알뜰히 보내고 있다.

특히 이 부부는 지난 9월에 치러진 제27회 상록문화제 행사 가운데 대한적십자 당진지구협의회가 주관했던 <외국인 장기자랑 designtimesp=17419>에 참가하기도 했었다. 그룹 맨하탄의 노래 ‘Shining Star'를 아름다운 하모니로 열창했던 부부.

“노래를 잘 부르지 못했지만 관객들이 박수도 쳐주고 환영해줘서 재미있었고 즐거웠어요.”

이 일뿐 아니라 서울 아리랑TV의 한 퀴즈쇼에도 출현했었다며 수줍게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적십자 회원들이 당진에 거주하고 있는 많은 외국인들에게 타국에서 외로워하지 않도록 다른 외국인들을 소개해 주기도 하고, 노래방이나 게임, 식사 등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고 있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부부는 불교신자인 한재준 원장이 휴일이나 석가탄신일에 면천 영탑사, 예산 향천사 등 근처의 사찰을 데려가 줘 불교양식을 접해보기도 했다. ‘오랜 역사가 담겨있는 것 같아 보였고 사찰에 새겨진 무늬와 색깔들이 아름다웠다’고 그때의 감동을 전한다.

이들은 학원에서 매주 금요일 유치부 어린이들과 함께 소풍을 갈 때를 좋아한다. 부부는 고대면 고산도예공방에서 접시나 도자기를 직접 빚기도 하고 서해안관광농원에서 허브 비누를 만들기도 했다.

“한국에서 생활하는 시간은 잠깐이지만 문화 차이를 많이 느낍니다. 그렇지만 그것 때문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아요.”

두꺼운 외투 자락에 다가와 촘촘히 배는 겨울. 제이슨과 코니 부부는 당진에서의 봄·여름·가을·겨울이 주는 추억들을 눈덩이처럼 두 손으로 뭉쳐 기억 속에서 오래오래 녹지 않는 하나의 아기자기한 작품을 완성하지 않을까.

12월, 폭신한 눈밭에 두 발을 담가볼 시간이 머지 않았다.

※통역 : 교수부장 김근희

홍정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