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신년 새해를 맞는 농업인들의 주변 여건은 결코 희망적이지만은 않다. 금년에는 우리 농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쌀 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으며 현재 미국의 주도적인 역할로 진행 중인 DDA농업 협상 또한 대폭적인 농산물 시장 개방을 관철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무리 협상을 잘해도 우리 농업에 대한 피해는 UR협상 때보다는 2~3배 이상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UR농산물 협정이 발효된 1995년을 기준으로 할 때 우리 농업 농촌의 현실을 돌아보면 농가 채산성 지표인 농가교역조건은 94년도에 97%에서 2002년도에는 82%로 떨어졌으며 도시가구 소득대비 농가소득 비율 역시 99.5%였으나 지난해에는 73%로 급격하게 하락하였고, 농촌의 빈곤가구도 12%로서 도시의 빈곤가구 4%의 세배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 보고되었다. 이것은 그나마 UR협상에서 우리나라가 농업부문에서는 개발도상국 지위와 관세화를 유예받은 상태에서의 결과이다.

그러나 도하개발 아젠다(DDA) 농업협상은 UR협상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만큼 큰 폭의 관세와 보조금 감축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지난 9월 WTO 각료회의 선언문 초안을 보면 알 수 있다. 미국·유럽연합과 G22(인도, 중국, 브라질 등 농산물 수출국)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여 관세 상한 설정과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물량(TRQ) 확대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러므로 93년 UR협상 때 10년간 유예받아왔던 쌀의 경우 2004년도 말까지는 관세화를 통한 전면 시장개방이나 수입물량 확대를 결정하도록 되어있는 것은 물론 현재 400%까지 높은 관세로 국내 주요 농산물을 보호해 온 우리 농업에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따라서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요구하는대로 DDA농업협상시 관세 상한폭이 100% 이내로 설정된다면 2002년도 수입쌀 입찰가격을 기준으로 할 때 80㎏ 한 가마니에 중국쌀은 6만5천280원, 미국쌀은 6만8천640원으로 한국쌀 16만7천720원과 비교할 때 40%밖에 되지 않아 우리나라 쌀 재배농가의 피해는 물론 이에 따른 도미노현상으로 타 농업분야에 미치는 영향 또한 불을 보듯 뻔한 이치이다.

이처럼 우리 농업이 엄청난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그동안 대외개방에 상응하는 국내의 농정개혁과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함은 물론 농촌을 다양한 경제활동의 공간과 질높은 삶의 공간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등한시해 왔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로 인해서 농촌의 환경은 더욱 낙후되고 공동화 및 고령화와 함께 도시와의 소득 격차가 커진 것이다.

따라서 농촌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농업은 상업농과 규모화된 전업농을 지향해 구조조정을 해 나가고 농업정책은 농업자체보다는 농촌과 그 주민으로서의 농민을 중시하는 지역개발, 인본주의적 농정으로 전환과 함께 은퇴농이나 탈농을 고려하는 영세농민에게는 경영이양 보조금 등을 통해 생활 안정을 보장하는 방식과 농산물 가격이 급락해도 일정한 소득을 유지할 수 있는 소득목표를 도입하고 균일한 농산물을 생산 유통시킬 수 있도록 농산물 산지 유통 활성화 사업에 정부와 농협의 역할을 그 어느 때보다 강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결론적으로 도도한 무역자유화의 물결을 거스를 순 없지만 정부와 농업계, 비농업계가 한마음이 되어 위기극복을 위해 매진한다면 위기는 새로운 시작으로 우리에게 희망이 되어 다가올 것이다. 우리 모두 갑신년 새해에는 농업, 농촌에 희망의 불씨를 살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