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두명 간병하는 생활보장대상자 수급액 ‘44만원’
월급으로 교육과 의료, 노인부양 책임지는 사회구조 개선해야
*편집자주
국회의원 총선이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언론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도 중요시되고 있다.
‘당진시대’는 누가 이기고 지는지에 초점을 맞춘 이른바 ‘경마식보도’를 지양하고 ‘정책·이슈중심’의 선거로 치러지도록 하기 위해 기획 ‘선택 2004 국회의원 총선’ ‘사회현안, 이것만은 해결하자’시리즈를 보도한다.
매호 사회의 주요 현안을 한가지씩 다룸으로써 국회의원 총선이 정책과 이슈를 중심으로 치러지도록 할 예정이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
병든 남편과 아들 간병하는 생활보장
대상자 수급액 ‘44만원’
당진읍 원당리에 사는 성금순(51)씨는 지금 몇 년째 두 사람을 간병하고 있다. 남편은 폐암 말기로, 아들은 반신불수의 몸으로 몇 년째 투병생활을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죽음과 싸우고 있는 남편의 모습이나 반신불수로 지내는 아들의 모습을 바라봐야 하는 성씨의 심정은 말로 다 못하겠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병원비는 또 다른 현실적인 고통이다. 기초생활보장 1종 대상자인 성씨에게 매달 지급되는 돈은 44만1천원. 그러나 아들과 남편의 병원비로 빚진 돈은 모두 1억원 가까이 된다.
성씨의 아들은 2001년 2월 교통사고로 반신불수가 됐다. 공사현장에서 일용직 잡부로 일하던 아버지는 아들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악착같이 일에 매달리다 병을 얻었다.
가벼운 감기몸살인 줄 알고 감기약으로 버티다 쓰러진 아버지의 질병은 확인 결과 폐암 말기였다. 폐와 심장을 도려내는 대수술 받은 아버지는 정신질환까지 얻었다.
불행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
자신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일하다 불치의 병을 얻은 아버지를 곁에서 지켜봐야 했던 아들은 심한 정신적 충격으로 정신질환까지 얻게 됐다. 그러나 더 이상의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한 성씨는 아들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지 못했다. 1급 장애인인 아들에게 국가에서 지급하는 장애비는 고작 한 달에 15만원이다.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집에서 정신질환으로 앓아 누운 아들을 바라봐야 하는 성씨의 마음은 또 한 번 갈기갈기 찢겨진다.
“국가에서 나오는 기초생활보장비와 장애비로는 최소한의 생계보장도 어려워요. 밀린 병원비와 빚은 갚을 엄두도 내지 못하죠. 하루하루 살기가 너무 힘들어요.”
성씨에게는 보통사람들의 하찮은 일상이 너무나도 갖고픈 간절한 소망이요 꿈이다.
빈곤층에게 절망 안겨주는
취약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2004년 현재 당진군의 국민기초생활보장 대상자는 2천130가구에 4천150명이다. 그야말로 도움의 손길이 시급하지만 이들이 받는 돈은 앞서 성금순씨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최소한의 생계를 꾸리는데도 벅차다.
당장 생계를 잇는 것 이상의 그 무엇도 이들에게는 사치다. 최소한의 인간적 생활보장을 위한 주거환경이나 교육, 질병치료도 한낱 꿈이다.
그나마 정부가 인정하는 공식 빈민, 즉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되기도 대단히 어렵다.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 수준임에도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가구가 얼마인지 제대로 집계도 안되고 있다.
혼자 사는 손자가 86만원 정도 소득이 있으면 홀로 사는 할머니가 소득이 없더라도 수급자가 될 수 없는 것이 부양의무자 기준의 현실이며 10년 넘지 않은 자동차 한 대만 있으면 차량가격이 월소득으로 100% 고스란히 반영되는 것이 재산소득환산율의 현실이다.
또한 수급자와 유사한 생활수준에 있는 차상위 빈곤계층은 얼마인지 제대로 파악조차 안되고 있다. 이들에 대한 대책이라고는 극빈층으로 추락하기를 기다렸다가 지원해주는 것밖에 없다.
우리 사회에서 빈곤층에게 배고픔보다 더욱 견디기 어려운 것은 바로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삶, 빚더미와 가난밖에 물려줄 것이 없는 ‘절망’이다.
자살 권하는 우리 사회
지난 2002년 한해동안 전국에서 모두 8천63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하루에 24명 꼴로 자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7천90명보다도 많은 수치다.
1992년에 인구 10만명당 9.7명으로 사망률 10위였던 자살율은 10년 사이에 두 배 가까운 10만명당 19.1명으로 늘어나면서 사망률 7위가 됐다. 생활고를 비관한 자살사건이 잇따르면서 나타난 결과다.
전문가들은 빈곤이 이유가 된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며 사회안전망이 구축되지 않을 경우 자살행렬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억울한 탈락자’ 막기보다
‘놀고 먹는 빈곤층’ 막는데 우선인 당국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신용불량자와 실직자들은 줄지 않고 있는데 수급자 수는 거꾸로 줄고 있다. 놀고 먹는 부당한 수급자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정부 사회복지 담당자들의 주된 관심은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억울한 탈락자들’을 막기보다는 혹시 있을지 모르는 ‘놀고 먹는 빈곤층’을 막는데 있다.
수급자의 규모와 급여수준은 정부의 의지대로 충분히 조정할 수 있다. 이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 복지부의 지침이기 때문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빈곤계층 지원의 유일한 방법으로 생각하는 정부의 인식도 문제다. 왜냐하면 빈곤층의 다수가 ‘일하는’ 빈곤층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도 놀고 먹는 빈곤층이 아니었다. 대부분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노동자 가구였다.
비정규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고 최저임금만을 받는 노동자가 늘고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 수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못했고 최저임금위원회의 파행을 낳았다.
월급으로 교육과 주택, 의료,
노인부양 모두를 해결해야 하는 사회
IMF 구제금융 이후 ‘시장·가족을 통한 복지’와 ‘소비적인 복지’, 그리고 ‘우는 애 달래는 수준’의 보건복지정책이 우리 사회의 발전에 질곡이 되고 있다.
노동운동이 격렬해지고 있는 배경에는 월급으로 교육과 주택, 의료, 노인부양 문제 등을 모두 해결해야 하는 시장만능주의가 핵심적인 원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세계 최저 수준이라는 1.17의 출산율 수치도 아동양육 부담을 시장과 가족에게 떠넘기는 비정상적인 구조 때문이다.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생활하는 수많은 빈민이나 무주택자들의 고달픈 삶과는 반대로 한편에서는 미분양 아파트가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가족 중 한 명이라도 큰 병에 걸리면 가정이 붕괴한다. 건강보험은 큰 병 치료를 위한 막대한 병원비의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가족이 모든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치료비에 대한 부담으로 스스로 죽음을 택하기도 하고 심지어 가족을 살해하는 일도 벌어진다.
농촌지역의 노인들은 과반수 이상이 당장 치료해야 할 질병을 갖고 있지만 치료비가 엄두가 나지 않아 통증을 참으며 지내고 있다.
현 정부는 출범 초기 공공보건의료를 30%까지 확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보건복지부는 목표액의 10%도 확보하지 못했다.
벼랑끝으로 빈곤층 떠미는 국회의원
지난 2월9일 빈곤층의 최소한의 생계보장을 담보하는 최후의 안전망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기초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대폭 가위질된 끝에 통과됐다.
기초법 개정안은 기획예산처를 비롯한 정부 부처에서 법률 개정에 따른 영향 등을 충분히 논의한 후 최소한의 조치만을 담아 보건복지위원회의 대안으로 지난해 12월18일 법사위에 회부됐다. 개정안은 부양의무자 범위의 축소와 중앙생활보장위원회 구성 변경, 최저생계비에 가구유형별 특성 반영, 최저생계비 실계측 주기 단축과 공포시점 변경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1월7일 법사위 법안심사2소위는 부양의무자 범위를 ‘1촌 이내 직계혈족과 그 배우자’로 축소하고자 했던 개정안에 ‘생계를 같이 하는 2촌 이내의 혈족’을 추가했고 그 시행시기도 2004년 7월에서 2005년 7월로 1년을 연기했다.
빈곤문제에 대해 ‘빈곤한 대책’만 내놓는 정부와 최소한의 생계대책도 축소하는 우리의 국회의원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가난에 절망한 수많은 이들을 벼랑 끝으로 떠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