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명 남 충남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당진장로교회 담임목사

대통령이 기자의 질문에 답변한 말을 문제 삼아 대통령직에서 끌어내리겠다고 나선 야당의 모습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 정도의 사안을 가지고 일일이 탄핵을 받아야 했다면 그동안 우리나라는 수백 명이 넘는 대통령이 필요했을 것이다. 때문에 지금 야당이 주장하는 탄핵은 국민의 동의를 얻는데 실패하고 있다.

이제 불과 얼마 후면 17대 총선이 치러지게 된다. 이렇게 총선이 임박한 시점에서 찬반이 엇갈리는 국가적 중대사에 대한 결정은 선거후로 미루는 것이 상식이다. 총선에서 민의를 따라야 한다는 대명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 당은 자기 자신들의 주장을 공약으로 내걸고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된다. 그런데 임기가 다 끝나가는 16대 국회의 세 야당이 대통령 탄핵이라는 방법으로 국민의 주권을 빼앗아 가는 엄청난 일을 벌였다. 유권자가 할 일을 자신들이 대신하겠다는 것은 주제 넘는 것이다. ‘범죄 국회’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16대 국회가 그 더러운 손으로 도대체 누구를 탄핵하겠다고 나서는 것인지 아연할 따름이다. 그것도 국민의 70%에 달하는 반대 여론을 무시하고서 말이다.

임기를 마치는 것만으로 감지덕지해야 할 사람들이 국가의 파문을 일으키는 엄청난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탄핵안이 상정된 이후 각 매스컴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은 각자의 의견을 표출했다. 약 70% 정도가 탄핵안 반대였다. 그리고 국민적 신뢰를 받고 있는 각계의 사회적 원로들도 연달아 탄핵안 철회를 권유했을 뿐 아니라, 많은 시민단체들도 탄핵에 대해 논리적으로 비판했다. 장기간의 경제 침체, 비정규직 노동자들 문제, 실업문제. 아시아 네 마리용에서 탈락할 위기……. 이런 난제들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몰아닥친 폭설피해, 산불피해로 세상이 걷잡을 수 없이 어지럽고 힘겨우니까 모두들 힘을 합쳐 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자는 것이다.

민주당은 날로 추락해가는 인기를 만회하려는 탐욕으로 그 추잡한 야합을 한 것 또한 국민들은 환히 알고 있다. 이념도 다르고 정책도 다른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같은 목적을 가지고 다수의 힘을 합하여 탄핵안을 ‘날치기’로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헌정사상 초유의 사건을 만들어 국민을 혼돈과 불안 속에 몰아넣은 장본인들이 편파방송을 항의하기 위해 공중파방송을 방문했으며 심지어 언론이 여론조사를 조작하여 탄핵을 반대하는 쪽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통령이든 여·야당 대표든 주관적 판단을 가지고 언론사를 방문하여 사장과 보도책임자를 만나 항의하는 방식은 구태의연하며 언론 자유를 위협하는 행태이다. 즉각적인 반론이 필요하다면 언론중재위를 찾아가고 선거관련 방송의 형평성이나 공정성이 문제가 된다면 스스로 만들어 놓은 선거방송 심의위원회를 이용하면 됨에도 불구하고 이런 제도적 장치를 무시하고 언론사를 찾아다니는 행위는 적합지 못하다.

탄핵이 실현된 지금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전국에서 수 십만 개의 촛불이 민주주의 사수의 밤을 지키고 있다. 법에 대해 무관심하던 일반 국민들이 탄핵제도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헌법재판소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온 국민이 값비싼 민주주의 교육을 받은 셈이다. 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따라서 우리나라가 성숙한 체제를 갖는 나라로 가거나 아니면 부패한 의회권력에 의하여 대통령의 권력이 박탈된 나라로 기록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헌법재판소의 신속하고 현명한 판단이다. 곧 국민통합의 기본법인 헌법 정신에 걸맞는 결정이 요구되고 유동적인 정국을 정상적으로 회복시키기 위하여 가능한 이른 시일 안에 결정을 내려야만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헌법재판소의 심사숙고를 간절히 요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