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도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잠재력과 창의력이 있는 존재’라는 신념 바탕
박사학위 논문 “아동·노인간의 세대공동체교육 프로그램연구”
무더운 날씨가 기승을 부리던 8월의 여름이 비로 주춤하던 지난 19일 합덕읍 운산리 중동에 있는 합덕대건노인대학(학장 서금구)을 찾았다.
‘아동·노인간의 세대공동체교육 프로그램연구’란 논문의 통과로 오는 27일 한서대학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게 된 합덕대건노인대학 교학부장 김귀자(62)씨.
기자는 지난해 한서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김귀자 선생님으로부터 수업을 들은 수강생이었다.
김귀자 선생님은 대학 안에서도 남다른 이력을 소유한 사람으로 통했다. 노인교육현장에서 실제 교육과 학문적인 기초를 이룬 학자로 알려져 있다.
10년의 알반학교 교사 경험 도움됐지만 노인교육은 전혀 달라
김 선생님은 “한서대에서 1997년부터 노년학 공부를 시작했다”면서 “나에게는 일반학교에서 교사로 경험한 10년의 습관이 실제 노인교육 현장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했다”고 말했다. 이것은 학교교육과 노인교육, 특히 노년학에 대한 공부를 계속하도록 하는 촉매제가 됐다고 한다.
평소에 차분한 언성과 사뿐사뿐 하게 걷는 걸음걸이가 인상적인 선생님은 노인대학 수업이 있는 날이나 일반대학에서 강의가 있는 날, 외부강의가 있는 날은 이같은 평소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워진다.
노인대학에서는 색동옷을 입고 춤추기를 즐겨하고 대학교에서는 학생들을 몰입시키는 열정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가슴에 와닿는 강의를 하고 있다.
혹한과도 같은 시련은 나를 만들어 준 밑거름
유복한 유년생활을 지내고 이화여대와 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후 교사로 10년 간 어려움없이 살아온 선생님에게 시련이 찾아온 때는 지난 1989년이었다.
그것은 가장 가까운 가족들의 죽음이었다고 한다. 보통의 사람들도 가족의 죽음은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선생님에게는 가혹했다. 3개월 동안 어머니, 아버지, 남편을 잃은 것이다. 그때까지 평범한 생활 즉, 물질의 풍요가 행복을 준다고 믿었던 삶이 무의미해졌다.
선생님은 더 보람 있는 삶이 있다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버리고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했다고 한다. 그 시기에 호스피스(임종간호)를 시작했고 이를 통해 새로운 삶의 모습을 찾았다고 한다. 그리고 종교에 대한 많은 관심은 ‘영성’과 관련된 책을 곁에 두게 됐고 한국인성개발원에서 인성교육에 대한 세미나와 교육을 500시간(3년) 이수하면서 200편의 독후감을 정리할 만큼 열정이 있었다.
그러던 1995년에 합덕대건노인대학과 인연이 생겨 그동안 가슴에 담아 두었던 일을 실천하게 됐다.
노인대학에서 이론과 실제 현장교육 접목
노인대학에서 김 선생님은 1인 다역을 수행한다. 자상한 교사, 친절한 친구, 우스꽝스런 광대 등 수 없이 많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논문에서처럼 세대통합을 위해 어린이 집 아이들부터 초·중학교 학생과 노인들과의 교류 및 노인대학생과 일반대학생들과의 신선한 만남의 장을 만들어 내곤 한다.
김 선생님은 노인대학에 상근하면서 1997년부터 한서대학교 대학원 노인복지학과에서 ‘노년학’공부를 시작했다. 석사학위 논문은 ‘노인교육의 장에서 평생교육의 실현가능성 연구’로 99년에 통과됐다.
하지만 노인교육의 현장에서는 항상 시행착오가 있었고 이를 수정해 나가는 것이 매일 반복됐다. 이것이 다시 경험이 되고 이론적 바탕 위에 다시 서게되는 성과로 나타났다.
이순을 넘기고 탁마의 혼과 열정으로 박사학위 취득
오는 27일 김 선생님은 한번 더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할 예정이다. 62살의 나이에 박사학위를 받게 됐기 때문이다.
“교육적인 차원에서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일, 건강한 노인들이 일을 찾기 위한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이 논문은 ‘교육노년학’에서 출발합니다. 노인들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에 출발점이 있습니다.”
또 고령화된 현대사회에서는 건강한 노인이 많아 ‘노인세대’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이다. 하지만 이들을 그냥 방치해온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그 방안은 그동안 교육받고 훈련된 노인대 학생들과 아동들의 ‘세대통합교육’이라고 한다.
합덕대건노인대학은 15년이 넘는 역사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나오는 학생을 비롯해 사회적인 경험이 많은 사람들과 순수한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노인들에게는 4년동안 교육을 이수하면서 아동들의 교육프로그램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고 있다.
이번 박사학위 취득은 젊은이도 어려운 공부를 노인이 이룬 것에 놀라워하는 것보다 김 선생님의 주장처럼 노인을 바라보는 시각의 교정과 노인들도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세대로 인식되고 또 그렇게 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학기중이 아니라서 조용한 합덕대건노인대학을 지키고 있는 김귀자 선생님은 그늘이 많은 큰 나무였다.
노인대학 학생도 쉬고, 어린이도 자리잡고 쉬고, 지역민도 함께 쉴 수 있는 넉넉한 그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