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가을 속으로
박 정 만
사랑한다, 사랑한다.
눈부신 꽃잎만 던져 놓고 돌아서는
들끓는 마음속 벙어리같이
나는 오늘도
담너머 먼 발치로 꽃을 던지며
가랑잎 떨어지는 소리를 낸다.
내사 짓밟히고 묻히기로
어차피 작정하고 떠나온 사람,
외기러기 눈썹줄에 길을 놓아
한평생 실낱 같은 울음을 이어갈 것을.
사랑의 높은 뜻은 비록 몰라도
어둠속 눈썰미로 길을 짚어서
지나는 길 섶마다
한방울 청옥같은 눈물을 놓고 갈 것을.
머나먼 서역만리
저 눈부신 실크로드의
가을이 기우뚱 기우는 저 어둠속으로.
1946년 전북 정읍 출생
경희대 국문과 수료
시집 「잠자는 돌」 「맹꽁이는 언제 우는가」
「서러운 땅」 「저 쓰라린 세월」 「혼자있는 봄날」
「어느덧 서쪽」 「슬픈 일만 나에게」
1988년 10월 타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