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약속

박 정 만

나는 몰랐네

슬픔이 슬픔으로 떠도는 것을

그 이전 절대적인 생각으로 만났던

사랑과 미움의 한가지 뜻을

그때 분명히 이야기했지

저물녘의 산빛깔도 나의 몫이고

기원사 가는 길의 달맞이꽃도

내 생의 가는 길도 나의 몫이라

그런데 다 어디로 갔나

살피꽃밭 꽃거리의 꽃들도 바람에 지고

밤꽃나무 아래의 패랭이꽃도

슬픈 잠을 자는지 보이지 않네

그러면 이제 저 무덤이나 보자

무덤은 소슬바람 불어오는 산에 막혀서

한소절 피리마저 불어주지 않고

막막한 생각으로 젖어 있구나.

가자, 사람이 사는 마을로

더러운 화살로 풀빛을 건드리지 말고

이제 또 한번만 영원한 약속을 하자

그리운 세월을 내 품으로 품기 위하여.

1946년 전북 정읍 출생

경희대 국문과 수료

196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당선.

시집에 「잠자는 돌」 「맹꽁이는 언제 우는가」 「서러운 땅」

「저 쓰라린 세월」 「슬픈 일만 나에게」

1988년 10월 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