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규
풍장(風葬)35
친구사진 앞에서 두번 절을 한다.
친구사진이 웃는다.
달라진 게 없다고.
몸 속 원자들 자리 좀 바꿨을 뿐,
영안실 밖에 내리는 빗소리도
옆방에서 술 마시고 화투치는 조객들의 소리도
화장실 가기 위해 슬리퍼 끄는 소리까지도
다 그대로 있다고.
풍장(風葬)36
내 마지막 기쁨은
시(時)의 액셀러레이터 밟고 또 밟아
시계(視界) 좁아질 만큼 내리 밟아
한 무리 환한 참단풍에 눈이 열려
벨트 맨 채 한계령 절벽 너머로
다이빙.
몸과 허공 0밀리 간격 만남.
아 내 눈!
속에서 타는
단풍.
풍장(風葬)37
땅속에 발목뼈 채 묻히지 못해
한없이 떠도는 원혼(寃魂)이 된들 어떠리.
원혼 가운데서도
새처럼 가벼운 원혼,
슬피 울지도 못하고
잠투정하듯
초저녁에 잠시 우는,
울다 문득 가버리는.
시집 「어떤 개인 날」 「악어를 조심하라고?」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몰운대行」
시선집 「三南에 내리는 눈」
●시론집 「사랑의 뿌리」 ●산문집 「겨울노래」
현재 서울대 인문대 영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