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가 간다

안 도 현

시내버스가 왔다

뒷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내리고

시내버스는 잠시 두리번대는 듯하지만

어느 틈엔가 앞문으로 사람들을 태운다

멈추라고 손 흔들지 않아도

서야 할 곳에 설 줄 알고

오라이, 하는 단발머리 아가씨가 없어도

떠날 때가 되면 깨끗이 떠날 줄 아는 시내버스는

결코 혼자서는 먼 밤길 가지 않으며

이 강산 낙화유수 눈썹 삼삼한 계집이 꼬드긴다 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나는 시내버스를 타기만 했지

나 아닌 사람을 태우고 달려보지 못했다

부릉부릉 소리를 크게 한번 내질렀다가

빠진 단추 없나, 다시 둘러보는 국민학생처럼

뒷문도 앞문도 닫고

시내버스가 간다

나는 이제껏 떠나지도 못하고

왜 여기 이대로 서 있는 것이냐

196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원광대 국문과 졸업

1981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 「낙동강」당선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서울로 가는 전봉준」 당선

시집에 「모닥불」 「그대에게 가고 싶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