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도 부족한 상태로 시작해 노력으로 실력 쌓아

직장과 취미생활 함께 하는 즐거운 ‘밴드’

요즘 라디오에서는 7080이라는 단어가 자주 들린다. 이 7080은 70년대와 80년대 유행했던 가요들을 의미한다. 이는 얼마전까지 음악문화가 10대 위주로 되어 있던 것에 대한 반발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음악을 즐기는 것은 10대뿐만 아니라 중장년들도 얼마든지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70년대와 80년대 유행했던 가요들을 통해 향수를 느끼고 추억에 젖어보자는 것이 7080의 의미다.

당진에도 7080열기가 ‘상륙’했다. 작년에 첫 정기공연을 가진 SPR(부속실) 그룹이 얼마 전 합덕 소들공원에서 두번째 공연을 가졌다. 이들이 내세운 주제가 바로 7080이었다. 당시 공연장에는 그리 넓지 않은 장소에도 불구하고 수백명의 관객이 몰려 성황을 이뤘었다. 관객들 대부분은 아이들과 함께 온 30, 40대 가족들이었다. 이들은 아이들과 함께 공연을 즐기며 과거에 빠져들었다.

아마추어 직장인 밴드 ‘부속실’(SPR)

‘부속실’이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이들은 무슨 특별한 뜻이 있어서가 아니라 실제로 부속실에서 밴드가 시작됐기 때문에 밴드명을 ‘부속실’로 지었다. 처음 SPR을 결성하자고 제안한 것은 리더인 윤석준(40)씨였다. 고등학교때 취미로 통기타를 배웠던 윤석준씨는 사회에 나온 이후 음악을 잊고 지냈다. 그렇게 지낸 것이 20년. 이젠 어느 정도 사회에서 자리를 잡고 안정적인 삶을 가지게 되자 생각난 것이 과거의 취미생활이었다.

음악이 하고 싶었던 윤씨는 친구들을 ‘꼬시기’ 시작했다. 윤씨의 ‘유혹’에 넘어간 친구들은 소리목장을 경영하는 조규장씨, 운수업을 하는 조영동씨, 중앙전파관리소에서 근무하는 노창열씨 등 3명의 친구들. 여기에 이들의 후배인 최우순(35, 당진건설기계 대표)씨가 참여해 보컬을 맡으면서 밴드의 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때가 지난 2000년이었다. 이후 친한 후배인 이동근(38, 운수업)씨가 ‘키보드’와 함께 합류했다.

부속실에서 시작한 ‘부속실’(SPR)

처음 밴드가 결성됐을 때는 모든 것이 부족했다. 악기도 없고, 장소도 없고, 연습할 시간조차 부족했다. 결국 이들이 정착한 곳이 윤석준씨가 운영하는 현대 카센터의 부속실(부품실)이었다. SPR은 바로 이 부속실의 약자다. Spare Part Room이 SPR의 이름이다. 한 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었지만 이들에겐 너무 소중한 공간이었다.

그러다 합덕대건노인대학의 서금구 학장이 이들의 소식을 듣고 도움을 줬다. 서금구 학장은 대건노인대학이 있는 소들문화회관의 지하에 연습실을 마련해주었다. 연습을 할 때면 항상 주변에 소음으로 인한 피해를 끼치게 마련인데 소음도 줄일 수 있고 언제든지 필요할 때 연습할 수 있는 장소를 구한 것이다. 윤석준씨는 “항상 장소를 제공해 주시는 서금구 학장님께 특히 감사드린다”는 말을 꼭 넣어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본격적인 활동 시작

윤석준씨를 비롯한 멤버들은 처음에는 서로 박자도 잘 맞추지 못할 정도로 초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기본부터 차근차근 배워나갔다. 이들은 주로 당진음악동우회의 최현준(당진읍 읍내리 뮤직박스 대표)씨에게 레슨을 받았다. 다만 최현준씨도 드럼과 기타만를 전공한 터라 베이스와 키보드는 스스로 연습하는 수밖에 없었다. SPR의 공연이 있을 때마다 찾아와 지도해주고 공연준비를 도와주는 최현준씨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최현준씨의 레슨 외에도 이들은 개인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시간이 날 때마다 연습실에 들러 혼자 연습을 하거나 정기적으로 만나 같이 연습을 하고 있다. 작년과 올해의 정기 공연은 이들이 얼마나 연습을 열심히 했는지를 보여주었다. 이제 이들은 관객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이끌어낼만한 실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지금에 오기까지 어려움 많아

멤버 여섯명의 평균 나이는 39세. 이들 모두 생업에 종사하며 안정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자연히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매우 적다. 목장을 경영하는 조규장씨는 “목장일은 매일 반복되는 일이며 아침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을 해야 한다”며 “연습시간을 많이 낼 수 없는게 안타깝다”고 말한다. 불혹의 나이에 접어든 멤버들은 취미생활을 하고 싶어도 시간이 허락치 않는 것이다. 리더인 윤석준씨도 “카센터 작업이 늦게 끝나면 연습할 시간은 부족하다”며 “다른 멤버들도 시간 내는 것이 어렵긴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들이 주로 ‘활동’하는 시간은 저녁 9시 이후다. 대부분의 작업을 마치고 하나둘씩 소들문화회관으로 모이기 시작한다. 이들은 연습하는 시간도 그리 많지 않다. 공연을 앞두고 있으면 밤샘연습도 할 때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11시와 12시 사이에 연습이 마무리된다. 그 이후 집으로 돌아가 내일을 대비해야 한다.

또한 경제적인 부담도 빼놓을 수 없는 어려움 중 하나이다. 연습할 장소는 구했지만 악기나 시스템 장치 등 밴드에 필요한  장비를 준비하는 것은 결국 각 멤버들의 몫이다. 악기 또한 질낮고 가격낮은 것보다는 고급의 악기를 구입했고 마이크, 음향장치 등의 장비를 마련해 놓아 작은 공간의 공연은 직접 할 수 있다. 이 정도의 장비를 갖추기 위해 멤버들이 투자한 자금만 3천만원 가량 된다고 한다.

가정적인 멤버들,

음악으로 ‘날새지는’ 않아

누가 그랬던가?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 모른다고. 하지만 이들은 늦게 배웠다고 해서 모든 것을 버리고 음악에만 전념하지는 않는다. 윤석준씨의 신조는 “항상 가정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 끝내고 연습을 나올 때도 아이들이 모두 잠든 뒤에야 집을 나선다.

“음악을 좋아하지만 취미보단 가정이 먼저”라고 강조하는 윤석준씨. 그래서 아이들이 잘 때까지 기다렸다가 연습장으로 출발하는 윤씨는 항상 연습시간에 늦는다고 한다.

그들이 좋아하는 ‘음악’,

스스로 즐기는 ‘음악’

SPR은 매년 여름 정기공연을 열고 있다. 작년에 이어 두번째인 올해 공연의 주제는 7080이었다. 이번의 주제는 SPR과 너무 잘 어울리는 주제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얼마 전에 열렸던 문화의 집의 ‘우리마을 작은 음악회’에서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라 관객들에게 마음껏 실력을 뽐냈었다.

늦은 나이에 무엇인가를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 어려운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진정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이 필요했을 것이다.

결코 ‘젊지 않은’ 이 밴드에서 ‘음악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