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랑대 끝 더는 꼬일 것이 없어서 끝이다 끝 하고

다음날 아침에 나가보면 나팔꽃 줄기는 허공에 두 뼘은 더 자라서

꼬여 있는 것이다. 움직이는 것은 아침 구름 두어 점, 이슬 몇 방울

더 움직이는 바지랑대는 없을 것이었다.

그런데도 다음날 아침에 나가보면 덩굴손까지 흘러나와

허공을 감아쥐고 바지랑대를 찾고 있는 것이다.

이젠 포기하고 되돌아올 때도 되었거니 하고

다음날 아침에 나가보면 가냘픈 줄기에 두세 개의 종(鐘)까지 매어달고는

아침 하늘에다 은은한 종소리를 퍼내고 있는 것이다.

이젠 더 꼬일 것이 없다고 생각되었을 때

우리의 아픔도 더 한 번 길게 꼬여서 푸른 종소리는 나는 법일까

<꿈꾸는 섬> 중에서

" 1940년 전남 고흥 출생

"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 <문학사상> 좥산문(山門)에 기대어좦 당선돼 등단

" 1988년 소월시 문학상, 1993년 서라벌문학상,

1996년 김달진 문학상, 1999년 정지용 문학상 수상

" 현 순천대학교 문예창작과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