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이야
가을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날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淨淨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가면
즈믄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오던 것을
더러는 물 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살아오던 것을
그리고 산다화 한 가지 꺾어 스스럼없이
건네이던 것을
누이야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 날을 기러기가
강물에 부리고 가는 것을
내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비워두고
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튀는 물방울같이
그렇게 만나는 것을
누이야 아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눈썹 두어 날이
지금 이 못물 속에 비쳐옴을
1940년 전남 고흥군 출생. 1959년 순천사범학교와 1962년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1975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산문에 기대어' 등이 당선돼 등단. 같은 해 문화공보부 예술상 수상. 전라남도 문화상, 제2회 소월시문학상, 서라벌문학상, 제7회 김달진문학상, 제11회 정지용문학상 등 수상.
시집 '아도(啞陶)', '새야 새야 파랑새야', '우리들의 땅', '별밤지기', '바람에 지는 아픈 꽃처럼', '수저통에 비치는 저녁 노을'. 산문집 '다시 산문(山門)에 기대어'. 역사기행집 '남도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