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한해동안 우리나라의 자살로 인한 사망자는 1만932명으로, 자살이 사망원인 중 5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불명예스럽게도 자살증가율은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한 신용불량자 400만명에 잠재적 신용불량자 200만명과 주변 가족까지 고려하면 1천만명이 넘는 서민들이 신용불량이라는 멍에를 짊어진 채 정상적 사회생활이 어려운 상태에 놓여있습니다.
사회학자들은 생계곤란을 이유로 발생하는 자살을 ‘사회적 타살’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신용불량자 급증과 늘어나는 자살 인구, 즉 ‘사회적 타살’ 그 한복판에 비정규직 노동자가 놓여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의 증가는 고용불안과 빈곤으로 인한 가계경제의 침체를 불러왔고 이로 인해 생계 곤란에 따른 대규모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급격히 늘어난 신용불량자들은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어려워져 또다시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며 빈곤과 고용불안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결국 사회적 탈출구를 찾지 못한 이들 중 일부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이처럼 심각한 사회문제를 발생시키고 있지만 정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차별을 해소하고 안정적인 사회생활을 보장하기는 커녕 오히려 비정규직을 더 확산시키기 위한 입법안을 제출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11일 정부가 입법예고한 ‘파견노동자 보호법 개정안’과 ‘기간제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법안의 이름과는 반대로 파견노동을 전 업종으로 확대하는 등 오히려 현행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급격히 확산시키는 내용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현재 파견노동은 26개 업종에, 기간은 2년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 규모는 지난해 784만명에서 올해 816만명으로 30만명 가량이 증가했으며 전체 노동자 중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이 55.9%에 이르고 있습니다.
또한 파견노동자라는 이름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헌법상의 권리인 노동3권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으며 사용자들은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회피하기 위해 2년마다 주기적인 해고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적 차별을 양산하는 파견노동을 규제해도 모자를 판에 파견노동을 전 업종으로 확대하고 파견기간 역시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겠다는 정부의 입법안은 한마디로 우리나라 모든 노동자들을 파견노동자로 전락시키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됩니다. 동일한 노동을 하는 노동자에게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해야 하며 기간제 사용의 사유를 제한해 계절에 따라 생산의 기복이 심한 사업 등 특별한 사유를 제외하고는 정규직 사용을 원칙으로 해야 합니다.
파견노동은 고용관계의 이중성으로 인해 사용자가 책임을 회피하기 쉽고 노동자가 중간착취를 당할 뿐 아니라 노동법의 보호를 받기 힘들게 되어있습니다. 따라서 파견법을 폐지하고 노동자 공급사업에 대한 규율을 직업안정법의 근로자 공급사업으로 일원화 해야 합니다.
우리 지역에서도 얼마전 한보철강을 인수한 INI스틸 당진공장의 노동자 채용과 관련해 지역의 13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신규 노동자 채용시 지역주민 우선 채용과 정규직 채용을 요구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습니다.
우리 사회 양극화와 빈곤의 주된 원인인 비정규직 노동자의 확산은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지적한 것입니다.
며칠 전 10월26일은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노동자 이용식씨의 분신 1주기였습니다.
고용형태의 차이를 이유로 임금, 노동조건, 복리후생 등에서 온갖 차별을 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을 해결하지 않고는 우리사회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확산시킬 정부의 입법안은 당장 철회되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