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매일 받아보는 우편물들. E-mail이 보편화되고 편지가 사라지면 우체부들이 할 일이 없지 않냐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우체부들의 일은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중요한 문서나 개인에게 보내지는 우편물들은 E-mail을 통하지 않는다. 우체부들의 손을 거쳐 우리에게 전달된다.
그들은 매일 아침 7시 반까지 출근해 1시간 동안 우편물 분류작업을 하고 4시간을 오토바이 위에서 보낸다. 그리고 30분의 점심시간 후에는 다시 오토바이에 올라 당진의 곳곳을 누빈다. 22년을 오토바이 위에서 보낸 심장섭씨. 그는 우체부이면서 동시에 시인이다. 올해 『공무원문학』을 통해 등단한 어엿한 시인이다.
시에 대한 꿈 가져온 ‘늦깍이 시인’
어렸을 때부터 문학분야에 재능이 있는 것같다는 이야기를 곧잘 들었다는 심씨지만 젊었을 적에는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했던 것.
그가 다시 배움에 길에 들어선 것은 지난 1998년이었다. 방송대 국문과에 입학한 그는 다시 문학에 대한 꿈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는 다시 시를 조금씩 쓰기 시작하면서 당진의 시 동호회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지난 2002년 호수시문학회원이 됐다. 매년 발간되는 호수시문학회의 문집에 작품을 낸 것이 벌써 여러번이다. 바쁜 우체부 생활 와중에 쓰는 것이라 고생도 많았단다.
그가 생각하는 시란, ‘예술’
“시도 예술이지요. 시를 음미하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남이 잘 쓴 시를 보면서 제가 어느새 ‘시를 쓰고픈 충동’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깨닫지요.”
심씨는 그런 멋진 시로 이해인 시인의 「길 위에서」를 추천했다. 어쩌면 길 위에서 대부분의 하루를 보내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아 너무나 맘에 들었다는 심씨. 그리곤 항상 길 위에서 있기 때문에 종종 자신의 일에 대한 시상이 떠오르기도 한다고 말한다. 언젠가는 이해인 시인처럼 멋진 시를 써보고 싶다는 심씨의 바람이 멀게 느껴지진 않는다.
우체부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지난 1983년 임시직으로 우체부 생활을 시작한 그는 6년 동안의 임시직 생활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이르렀다. 우체부 생활은 겉으로 보는 것만큼 쉽지 않았다. 공무원이라는 안정된 직장이기도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임시직으로 있던 6년 동안 당진의 세세한 구석까지 다니며 지리를 익혔다. 당진군 전역을 수십구역으로 나눠 각 구역마다 담당자가 배정된다. 심씨의 구역인 시내 1구는 구터미널부터 시장입구까지 구역이다. 인구가 집중된 중심가이다 보니 우편물도 많다.
갔던 길을 다시 가지 않고 우편물의 분량과 지름길을 적절히 이용하면서 시간을 활용해야 하루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마칠 수 있다. 그것은 쉽지 않다. 수없이 다니며 경험으로 익히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다.
우체부가 가장 바쁜 시기가 바로 연말이다. 명절때도 바쁘지만 연말에는 기존의 우편물에 연하장, 각종 밀린 고지서 독촉장에 소포까지 늘어난다니 정말 ‘쓰러질’ 지경이 아닐까.
바쁜 업무 와중에 쓰는 시
이렇듯 바쁘다 보니 좋아하는 시를 쓰는 시간도 많지 않다. 평균 퇴근 시간은 연말에는 밤 10시부터 11시. 다음날 아침 7시 반까지 출근이니 잠을 자는 시간도 많지 않다. 그래도 심씨는 집에 가면 조금이나마 시간을 내어 그날의 생각을 기록한다. 그리곤 격주마다 돌아오는 주말 휴일 때 기록한 내용으로 시를 쓴다.
자연히 많은 양의 시를 쓸 수가 없다. 시가 맘먹는대로 술술 써지는 것도 아니고, 오래 전에 생각했던 내용을 다시 짜맞추다 보니 때로는 시 한편에 한 달 이상 걸리기도 한다.
공무원문학 신인상 수상
심씨는 지난 11일 서울에서 열린 공무원문학 결산총회에서 시부문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심씨는 누구나 다 받는 것이라며 손사래를 치지만 심씨가 받는 첫번째 상의 의미는 남달랐다.
심씨는 상보다 시를 쓰는 자신의 모습을 다른 사람이 인정해줬다는 것이 더 기쁜 것처럼 보였다. 이날 시상식에는 호수시문학회원들이 참석해 심씨를 축하해줬다. 심씨는 항상 자신을 배려해주는 호수시문학회원들에게 항상 감사하고 있다는 말을 전했다.
심씨의 목적지는 ‘시집 출판’
심씨는 아직도 ‘배우고’ 있다. 방송대 국문과에서 배우며, 한 달에 한번씩 열리는 호수시문학회 월례회의에서는 시합평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아웅다웅하고 있다.
이렇게 배움의 끈을 놓지 않는 그의 최종 목적지는 자신의 작품들로 만들어지는 시집 출판이다. 지금은 삶에 바빠 시집에 치중할 수 없다. 여유가 되면 하겠다는 말이 덧붙여지긴 하지만 그리 멀어 보이진 않는다.
심씨의 또다른 소망이라면 자신이 이해인 시인의 시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작품을 쓰는 것이다. 시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시를 쓰고 싶은 것이다.
심장섭은
-1959년 당진출생
-홍성고등학교
-한국방송대 국문과 재학중
-2004년 ‘공무원문학’ 신인상 등단
-호수시문학회원(현)
-당진우체국 근무(현)
-부인 윤순옥(40), 딸 보라(12), 아들 재제(7)
사 랑
심 장 섭
화창한 봄날이었어요
초록빛 같은 손길이 스쳐 지나는 것은
아카시아 봄 따라 피는
향기로운 그 곳에서
초년의 만남은 두려움 속에 움츠림
그것도 사랑이었나요
어느 새 별 같은 사랑 뒤로 하고
허기진 그리움만 간직한 세월입니다
만약 오늘 당신을 마주친다면
오래 기다려 온 설레임보다는
더욱 슬퍼지기 전에
피하고 싶은 그대와의 거리
꿈길에서 만나면
부끄러운 내 모습을
정말로 이젠 잊어야겠어요
가로등처럼 긴 밤을 지새워야 하니까요
호수시문학회 열두번째 문집 ‘도시의 낙화’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