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합덕지점 옆에는 오래돼 보이는 창고 같은 목조 건물 하나가 있다. 출입문 옆에 새겨진 간판만이 이곳이 권투연습을 하는 복싱체육관임을 알리고 있다. 그 안으로 들어가 보면 생각보다 작은 링과 복싱연습을 할 수 있는 기구들이 발을 디딜 때마다 소리가 나는 마루 위에  놓여져 있다.

이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는 신민철(37) 관장에 따르면 이 곳 창고가 권투체육관으로 이용되기 시작한 것은 도민체전을 앞두고 선수들의 연습을 위해 지난 2000년 합덕농협에서 장소를 임대해주면서부터였다.

그러나 체육관은 이제 곧 문을 닫을 예정이다. 윤 관장은 아쉬운 표정으로 “현재 20여명의 학생들이 체육관에서 연습하고 있지만 운영이 안돼 떠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동안 이 체육관에서 배출한 선수들의 신문기사를 보여주면서 체육관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현재 한국랭킹 5위인 인용석(신성대학) 선수를 비롯해 카자흐스탄 출신 이슬라모프 아담(동양랭킹 2위), 서철(K-1 선수) 선수 등이 이곳 합덕복싱체육관에서 운동한 적이 있다고 신 관장은 말했다.

특히 서철 선수의 경우 현재 K-1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선수로, 재소자 출신 복서로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고 한다.

그나마 지금까지 체육관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합덕농협(조합장 윤재형)의 도움 때문이었다고 신 관장은 말했다. 장소를 제공하는 등 도움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기 위해 신관장과 선수들은 경기 중 입는 가운과 유니폼에 당진 쌀과 해나루 쌀을 알리는 문구를 새기고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권투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연맹으로부터의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더 이상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은 없었다. 이 때문에 현재는 몇몇의 학생들만 자율적으로 나와 연습하는 정도로 체육관이 이용되고 있다. 또 최 관장 역시 지도자의 역할을 잠시 접어두고 건설업체에서 근무하며 생활하고 있다.

“체육관 주변만 와도 마음이 아파서 들어오지 못합니다. 곧 없어질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후배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구요.”

여러가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최 관장은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다름 아닌 이곳 체육관에서 운동을 시작한 인용석 선수가 고향인 당진에서 한국 타이틀매치를 갖는 것이다.

낡았지만 정겹게만 느껴지는 합덕복싱체육관, 바람 앞에 놓인 등불처럼 이곳 체육관 사람들은 언제 끊길지 모르는 희망을 이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