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조창인 | 출판사 밝은세상 | 가격 9,000원

‘귀차니즘’에 빠진 나를 깨워준

아빠 가시고기의 사랑이야기와 ‘아버지의 향기’

반인륜적인 사건들이 신문에 자주 등장하고 있는 이 시대에 과연 이런 사랑이 존재하는 것일까?

순백의 깨끗하면서 간결해 보이는 겉장을 보고 이 책을 처음 접했던 건 2000년의 어느 날이었다. 2005년 이 책을 다시 집어든 순간 하얀 종이 위의 글귀들이 가슴 속에 깊이 새겨져 있음을 깨닫게 된다. 희생적인 사랑이야기에 대한 아픔으로...

어미고기가 알을 낳고 떠나면 그 뒤 알을 보살피고 새끼들을 키우는 건 아빠 가시고기의 몫이다. 새끼 가시고기들이 다 자랄 때까지 자신은 먹지도 쉬지도 못하다 죽음에 이르게 된다. 보통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삶이지만 이것이 바로 가시고기의 삶이다.

이 책의 주인공 아버지는 성공에 대한 큰 야망을 갖고 있는 여자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았지만 여자는 떠나버리고 아버지는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살아간다. 행복하게 잘 살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했다. 아이가 급성 임파구성 백혈병에 걸리면서 아버지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해본다 하지만 아이는 점점 나아지지 않고 “얼마나 더 아파야 죽게 되느냐고, 이만큼 아팠으면 죽어도 되지 않느냐”고 되묻는다.

부모는 자식이 아플 때면 가슴으로 운다고 한다.

죽어가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애쓰던 중 아버지마저 암에 걸리고 자신은 죽어가는 데도 아이의 마지막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눈을 팔아 아이를 살린다. 아이를 엄마 품으로 떠나보낸 후에 아버지는 쓸쓸한 죽음을 맞게 된다. 오직 아이가 행복하길 바라면서....

반인륜적인 사건들이 신문에 자주 등장하고 있는 이 시대에 과연 이런 사랑이 존재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들을 살리려는 간절한 아버지의 모습에 난 소설 속의 아버지가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져버렸고 그런 아버지 있는 아이가 너무 부러워 이 책을 끝까지 놓지 못했다.

아버지!!

내게도 아버지에 대한 추억은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자식들 뒷바라지 하시느라 늘 농사일, 축사일에 바쁘셨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에게서 풍기는 땀 냄새를 나는 싫어했다. 그때는 그런 냄새가 싫다고 아버지가 입으셨던 옷들을 벗어 놓기 무섭게 세탁기에 넣어 버렸던 나였다. 하지만 아버지는 소중한 향기를 갖고 계셨던 것 같다. 그 땀 냄새는 자식들을 위해 살아가시는 아버지 인생의 향기였음을 어리석게도 몇 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늘 엄하신 모습 앞에 저절로 어깨가 움츠러들었던 나는 아버지와 시선도 제대로 마주치치 못하고 자랐다.

아버지는 자식들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지 다 하셨던 분이셨는데도 그런 소중한 사랑을 깨닫지 못하고 커버린 것이다. 몇 해전 봄, 아버지는 갑작스레 교통사고를 당하셨다. 7시간의 수술과 28일간 아버지를 간호하던 병원에서의 그 힘들었던 시간은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인생의 힘든 고비를 이겨내라는 아버지의 마지막 가르침이 아니었을까.

요즘 젊은 세대들 사이에 유행하는 ‘귀차니즘’에 빠져있던 내게 가시고기는 잠시 잊고 지냈던 아버지의 무한한 사랑과 가르침을 되새기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