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호지면 장정리의 이상주(72)·김재기(73) 부부에게는 자식들과 같은 존재가 있다. 지난 32년 동안 가꿔온 마당이다. 그런데 이 마당이 평범한 마당이 아니다. 두 부부의 보금자리가 있는 야산을 온통 뒤덮고 있는 마당이다. 집 앞에는 꽃과 나무 사이에 서있는 ‘원두막’이 있고 그 원두막을 둘러싸고 자그마한 ‘수목원’이 자리잡고 있다. 산을 빙 둘러서는 산책로가 마련되어 있다. 건축용 석재로 길을 만들어 놓았으며, 계단도 있다. 한 바퀴 돌면 다시 집이다. 두 내외는 입을 모아 말했다. 아마 사진 찍기 어려울 거라고. 헬기라도 띄워서 찍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어려울 것이라고.
사진 찍기 어려웠다. 꽃과 나무들이 우거져 있어 멀리서 알아보기는 쉬웠으나 막상 사진에 담아보니 뭐가 뭔지 모를 사진만 나왔다. 정말 항공촬영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로 ‘장관’이었다.
이 거대한 ‘마당’은 두 사람이 32년 전부터 가꿔온 것이다. 농사를 짓는 두 내외는 모두 5남매를 두었다. 지금이야 자식들도 장성해 모두 외지에 있지만 두 내외는 농사짓고 아이들 키우면서 마당을 틈틈이 가꾸었다. 주로 부인 김재기씨가 가꾸고 이씨도 같이 옆에서 거들었다. 두 내외는 곳곳에서 꽃과 나무를 얻어오고 사오고 캐서 자신들의 마당에 심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단지 좋아서라고. 지난해 세상을 뜬 시부모님들이 어지간히도 혼을 냈었다고 한다. 그래도 꿋꿋하게 가꾸는 일을 계속했다. 오죽했으면 어버이날 자식들이 카네이션 대신 정원에 심으라고 야생화를 들고 왔을까.
하나둘 꽃과 나무가 늘어가고 그에 비례해 할 일도 늘어났다. 가지쳐주고 옮겨심고, 물 줘야 할 곳은 물 주고. 부부는 농사일에 바쁜 와중에서도 일만 끝나면 꽃과 나무를 돌보러 나왔다.
김재기씨는 “젊었을 때는 몰랐는데 나이 드니까 몸이 힘들다”고 말한다. 김씨는 허리가 아파 3년전에 허리수술을 받기도 했었다고 한다. 젊었을 때 지나치게 몸을 혹사시킨 탓이다.
이제 두 내외는 농사 대신 정원을 돌보며 지낸다. 정원을 돌보기는 하지만 전처럼 무리하진 않는다. 그래도 두 내외는 집으로 돌아올 때 꼭 정원을 한 바퀴 돌고 나서야 집에 들어선다. “그렇지 않으면 집에 오기가 싫어...”
며칠 전인 5월7일과 8일이 이 정원의 ‘절정’이었다. 갖은 종류의 꽃들이 어우러져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고 한다. 이날 이들 부부의 친척들이 대거 몰려와 ‘꽃놀이’를 하고 갔다고. 사람들이 찾아오면 오히려 고마운 두 내외.
“늙어서 사람 보기 어려운데 이렇게 해놓으니 사람들이 찾아와. 기자 양반도 찾아와주고 말야.”
김씨는 “꽃이 만개하면 지나가던 차들이 우리집 마당을 보느라 길가로 빠지기도 한다”고 우스갯소리를 던진다.
두 내외의 제일의 낙은 역시 정원을 거니는 것이었다. 32년 전 처음 심었던 꽃나무를 보여주며 감개가 무량한 듯한 표정을 짓는 두 사람. 그러나 이젠 몸이 힘들어 더 이상 예전처럼 관리할 자신이 없다.
이제는 이것을 가꾸고 보존하는 일은 후손들이 할 일이라고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