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 날줄 엮다보니
겨울 한나절 ‘훌쩍’
송산면 유곡리 경노당에 가면 30~40여년전 우리 농촌 사랑방의 풍경을 다시 볼 수 있다.
이곳 노인들은 요즈음 젊은 세대들에겐 이름마저 낯선 왕골돗자리를 만드느라 하루가 짧다. 옛것을 살려보자는 취지로 지난해 노는 논 2백평을 빌려 왕골(못자리때 논에 파종해 7월에 수확하는 키 1~2m의 일년생 풀)을 재배한 유곡리 노인회원들은 농한기를 맞아 30여평 남짓한 경노당에 모여 돗자리를 만들고 있다.
왕골돗자리는 60년대까지만 해도 농촌지역에서 장판을 대신해 널리 사용됐다. 그러던 것이 비닐장판이 대중화 되면서 점차 모습을 감췄으며 지금은 제사 때나 간혹 사용하고 있으나 그나마 비닐돗자리로 대신하는 가정도 많아졌다.
왕골돗자리를 만들기 위해선 손이 많이 필요하다. 재료인 왕골을 재배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다 수확 후 껍질을 벗겨 닷새 동안 말린 후 말린껍질을 이어 실타래를 만들고 한올 한올 씨줄과 날줄을 엮어 짜 내려가야 한다. 때문에 왕골자리 하나를 만드는 데는 꼬박 보름이 넘게 걸린다.
왕골돗자리의 좋은점은 비닐장판과 달리 냉기가 오르지 않고 탄력이 있다는 것. 단, 습기에 약해 물에 닿으면 쉽게 썩는다는 게 흠이다.
지난해 가을추수를 끝내고 돗자리를 만들어 온 유곡리 노인들은 벌써 30여개가 넘는 돗자리를 만들었다. 이곳 노인들은 전통을 이어간다는 데에도 큰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무엇보다 무료한 농한기를 생산적으로 보냄으로써 건강도 챙길 수 있어 좋다고 한다.
얼마전까지만해도 팔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는 윤영복(80세) 할아버지는 “이 일을 하면서 팔을 자주 움직이게 돼 지금은 아픈게 싹 가셨다”고 자랑한다.
노인회 총무를 맡고 있는 최두영(70세) 할어버지는 “겨울철에 경노당에 모여봐야 화투놀이로 시간을 때웠는데 지금은 소일거리가 있어 심심하지도 않고 건강에도 좋아 회원들 모두 돗자리 만드는 데 열심”이라고 말했다.
유곡리 노인회는 내년부터 주문판매에도 나설 계획인데 제사 때 만큼은 꼭 왕골돗자리를 쓰는 게 전통이어서 수요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