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소 주간보호실 자원봉사자 이영아씨
▲ 보건소 주간보호실 자원봉사자 이영아씨

자신도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으면서 3년째 치매노인과 뇌졸중 환자들을 돌보는 사람이 있다. 순성면 백석리의 이영아씨(28)씨. 축산업에 종사하는 이한길(54)씨의 큰 딸인 영아씨는 3년째 당진보건소 주간보호실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주간보호실은 당진보건소가 3년 전부터 치매환자와 뇌졸중 환자들을 위해 운영하고 있으며 매주 화요일, 목요일, 금요일 문을 연다. 또 현재도 약 10여명의 노인들이 이름을 올리고 찾아오고 있다.

이영아씨는 주간보호실이 문을 연 후 하루도 빠짐없이 일주일에 세번, 하루도 빠짐없이 보건소를 찾아와 노인들의 말벗이 되어주거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강사들을 돕기도 한다.

그러나 영아씨도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데 불편한 지체장애 3급을 가지고 있다. 영아씨의 지체장애는 고교 때 생겼다고 한다. 호서고 재학시절 친구들과 어울려 놀던 영아씨는 오토바이를 탔다가 사고를 당했다. 그 당시 뇌사 상태에까지 빠졌었던 영아씨는 5개월간 병상에 누워 있다가 극적으로 정신을 차렸으나 가족들을 알아보기까지 무려 1년이나 걸렸다. 그때 머리를 크게 다친 영아씨는 지금도 오른팔과 왼쪽다리를 잘 쓰지 못하고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불편하지 않고 재밌어요”

3년째인 영아씨는 이 주간보호실에서 일하면서 무척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영아씨가 하는 일은 크게 프로그램 운영과 노인들의 대화상대다. 영아씨는 강사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노인들을 돌본다. 또한 틈틈이 배워두었던 종이접기 솜씨를 선보이기도 한다. 종이접기 강사가 못오거나 하면 대신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할 정도라고. 실제로 주간보호실 한켠에는 노인들이 접은 종이작품과 함께 영아씨가 만든 작품들이 잔뜩 전시되어 있다.

물론 ‘위기’도 있었단다. 주간보호실에 왔던 치매 노인 중 한 할머니가 말도 없이 보건소를 나가서 행방을 알 수 없게 된 것. 그 할머니를 찾기 위해 읍내 전부를 찾아다녔지만 찾지 못했다고. 그런데 찾는 것을 포기할 무렵, 마침 보건소로 할머니가 돌아와서 가슴을 쓸어 내렸었다고 한다.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만 지금도 꾸준히 보건소를 나오는 이유는 단 하나다. ‘보람을 느끼기 때문’. 더듬거리면서 부정확한 발음으로 말하는 ‘보람있고, 재밌다’는 짤막한 대답은 몇 마디의 말보다 설득력이 있게 느껴졌다.

10월 결혼과 함께 아쉬운 작별

그렇게 열심히 나왔던 보건소도 이제 조만간 그만둘 예정이라고 한다. 이유는 결혼 때문. 이씨는 오는 10월 인천에서 아는 사람의 소개로 만난 사람과 결혼을 할 예정이란다. 인천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더 이상 주간보호실에 나올 수 없다.

영아씨는 자세히 이야기는 안 하지만 못내 아쉬운 듯 “아저씨들이 자꾸 놀린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새로 가정을 꾸리게 된 영아씨에게 이들은 축하의 말을 건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