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역사는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데...
요즘 강정구 교수의 사법처리문제로 온통 사회가 시끄럽다. 얼마전 T.V의 어느 토론프로에서는 법무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를 두고 팽팽한 찬반토론이 이어지더니 급기야 검찰총장이 반발성 사퇴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학에서 학문을 하는 사람이 현대사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내놓는 견해에 대해서 왜 우리사회가 이렇게 소란스러워야 하는가?
흔히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키는 한도내에서 학문의 자유도 보장되어야 한다고 얘기들을 하는데 나는 아직도 이 사회에 반공이데올로기의 망령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징후가 곳곳에 배어있음을 본다.
일제로부터 나라가 해방되고 남북 양쪽에 체제를 달리하는 두 정부가 들어서는 과정에서 우리 대한민국이 상대적으로 정통성의 도전을 받아왔음을 아는 사람은 안다. 다시말해 북한의 김일성이 조선인민공화국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친일분자들에 대한 철저한 정리를 토대로 독립운동세력들이 주체가 되어 정권을 수립했음에 비해, 우리 대한민국은 집권욕에 불타던 이승만이 순수한 민족주의자 김구선생등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친일파들과 손을 잡게 되었고, 그결과 친일청산은 물건너 가고, 그후 만주군관학교출신의 박정희가 집권하면서 대한민국 하늘엔 친일의 망령이 도사리게 되었음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란 것이다.
민족화해의 전제조건으로 상호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서로의 생각하는 바를 이해함이 없이 어찌 화합이나 통일을 말할 수 있으랴? 언젠가 강정구교수라는 분이 북한의 만경대를 방문하여 “만경대 정신으로 통일을 앞당기자”라는 방명록을 쓰므로서 우리사회가 한동안 시끄러운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조금씩 북한의 문이 열리기 시작하던 그 무렵, 손님으로 방북한 입장에서 예의상의 외교적 발언일 수도 있겠고, 또한 우리가 마음을 열 수만 있다면 차제에 그 “만경대 정신”이 무얼 뜻하는지 연구해 볼 필요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을 바꿔서 경제의 어려움을 겪고있는 북한의 주요인사가 남한에 와서 새마을 정신을 언급했다고 쳐보자.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가? 그리고 우리가 상대적으로 경제적 성공을 거뒀다고 해도 출발에서의 잘못은 집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대로 친일파의 집안에서 태어나 풍족한 지원을 토대로 최고의 교육을 받아 우리사회의 지도층으로 행세하는 사람들일수록 과거청산에 반대하고 친일파의 단죄에 저항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들에 대한 단죄가 아니라 그들의 입을 통해서 이러이러한 과거는 잘못된 역사였다는 정리의 통과의례인 것이다. 그렇게 하므로서 역사의 정통성에 건강성을 회복하게 되는 게 아닌가 말이다.
수십년간의 단절에 따른 장벽을 허물기 위해서는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물며 우리는 언제까지 국가보안법을 품고 법의 잣대를 곧추세울 것인가?
국가보안법의 최대의 피해자중 한 사람이 지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란 책을 읽으며 나는 별 탈없이 이 사회에 살고 있는 내 자신이 너무나 감사함을 느낀 적이 있었다. 송두율교수 사건은 물론이요, 무하마드 깐수 사건도 무리한 법집행이 빚어낸 우리나라 법조역사의 치부가 아니었던가?
원래 검찰등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 보수적 행태를 보이는 것은 법치국가에서는 필연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군사독재정권을 거치면서 그동안 저지른 검찰의 인권유린 사례를 일일이 적시하지 않더라도 인치(仁治)없는 법치가 얼마나 많은 희생자를 만들어 왔는지 알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강정구교수에 대한 검찰의 구속수사의지에 법무부장관이 불구속수사를 지시한 일에 대하여 총장이 사퇴하고 전국의 모든 검사들이 들끓고 있는 현상에 대하여 나는 한마디로 과민반응이라고 밖에 이해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 검찰역사를 통틀어 지금같이 검찰권이 독립된 적이 있었던가? 현재 우리나라 검찰권력에 견제할 수 있는 기관이 있기나 한가 말이다. 하물며 법무부의 수장이 내린 지시를 검찰권 독립 운운하며 저항하려 드는 저들의 행태는 조직이기주의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우리 대한민국 4천만 국민중 강정구같은 나이브(Naive)한 교수의 학문적 주장에 동요할 사람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런 교수의 연구활동을 폭넓게 보장하고 지켜봐 줄때 우리사회는 더 건강해진다고 믿는 것이다. 몸속에 있는 작은 상처를 감추고 숨기는 것보다 드러내놓고 치료하는 것이 더 떳떳하고 건강에 유익함이 그 이치가 아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