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통신자본은 단순한 경제 세력이 아니다. 이들은 연간 수 천 억 원의 광고비를 써서 언론을 통제하며, 인터넷 서비스, 연예오락 산업 투자 등으로 정보와 문화를 통제한다. 이렇게 중요한 통신시장이 외국자본에 49%까지 개방되었음에도 미국은 아예 경영권까지 다 내놓으라고 압박해왔다. 다른 나라보다 훨씬 개방 폭이 넓은 한국통신시장을 두고 개방 운운하는 것은 단순한 요구가 아니라 한국 괴롭히기 행위로 볼 수 있다. 미국은 결국 국가기간통신망을 갖고 있는 KT의 경영권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미국이 한국에 요구하는 사항은 △외국인 지분 제한의 철폐 또는 완화 △지배적 사업자의 의무 규제 완화 △기술 선택의 자유 △국경 간 통신 거래 제한에 대한 완화나 철폐 △지적 재산권의 강화 등이다.
통신시장은 이미 49%까지 개방되었고, 경영권이 외국인에게 있는 통신회사도 있다. 미국은 자국 시장을 20% 밖에 열어 놓지 않았다. 더구나 무수한 규제 장치가 있어 외국자본이 미국에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도 미국은 KT와 같은 기간통신회사의 경영권을 쥐기 위해 51% 이상의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 법인이지만 외국인으로 간주하는 외국인의 국내법인은 특정 법인의 외국인 의결권이 80%이상이거나, 최대주주가 외국인이면서 의결권의 15%를 보유할 경우 통신회사를 소유할 수 없다.
이것은 한국 통신시장의 외국인 접근이 아주 쉽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만족치 않고, 외국인 지분 제한을 아주 없애거나 더 완화시키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 투자자들은 KT, SKT의 지분을 더 매수하여 아예 경영권까지 장악하여 통신 식민지를 만들려는 것이 목표임이 분명하다. 이뿐 아니라 미국은 통신 서비스사업자가 자유롭게 기술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 보장을 요구함으로서 와이브로, 위피 등 신기술을 도입할 때 정부의 영향력을 배제하려 한다. 이것은 한국 정부의 통제력을 무시하고, 미국이 마음대로 정하겠다는 욕심이다.
예상했던 대로 미국은 한미자유무역 협상 과정에서 IPTV(인터넷TV) 개방에 총력을 기울였다. 미국은 IPTV를 부가 통신 서비스이거나 제3의 서비스로 간주하고, 개방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다. IPTV처럼 한국이 아직 도입도 하지 않은 기술 또는 매체에 대해 미국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부당하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에게도 있다. IPTV를 놓고 정보통신부는 미국의 주장을 사실상 받아들이는 반면, 방송위원회는 IPTV를 방송으로 분류해서 상반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통신 산업과 방송 산업이 IPTV를 놓고 갈등하고 있다. 통신사업자인 AT&T, SBC커뮤니케이션즈, 버라이즌, 벨사우스와 같은 지배적인 사업자는 이미 IPTV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국 통신회사는 이미 방송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은 통신 시장에 대한 전면적 개방 요구를 웬만해서는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워낙 이권이 많기 걸려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은 미국의 부당한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하지 못하고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런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협상은 한국 통신시장의 파국을 재촉할 것이다. 그래도 미국이 통신 시장을 전부 내놓으라고 할 때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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