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은 아마도 오래도록 기억될 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기록적인 폭우로 도로가 유실되고 집이 떠내려가고 소중한 목숨을 잃는 등 전국이 참담한 수해를 입었으며, 북한에선 미사일을 쏘아올려 이 땅에 아직도 전쟁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미국과의 FTA협상으로 연일 농민들의 시름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비록 우리와 먼 얘기일 수도 있지만,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공습해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고 그 중에는 어린 아이들도 있었다. 요즘 뉴스를 보면, 비극적인 다큐멘터리를 시청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까지 한다. 간신히 건진 가재도구를 개울물에 청소하는 수해민들, 하늘로 뻗어올라가는 거대한 미사일, 붉은 띠를 맨 농민들과 FTA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는 관료들, 하얗게 식은 어린 자식을 품에 안고 눈물을 흘리는 푸른 눈동자를 가진 사람들.
이런 와중에도 몇몇 정치인들은 수해지역에서 참으로 대담하게도 골프를 쳤다고 한다. 그 정치인들은 많은 국민들이 살기 위해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순간에 ‘나이스샷’을 외쳤을까? 누군가 말했다. 정치는 가장 고급적인 예술이라고. 그만큼 정치는 우리들의 생활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따라서 우리들의 삶을 더욱 아름답고 살기 좋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예술이 어디 있을 수 있겠는가.
정치권력과 공권력을 포함해 모든 국가권력의 소유자는 국민이다.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소중한 뜻과 힘이 모여 자치단체장도 만들고, 국회의원도 만들고, 대통령도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국가를 추동시키는 힘을 만드는 것이다. 나라가 고통 받고 있는 와중에도 한가롭게 골프를 친 그 몇몇 정치인들의 존재가치는 논할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정치인들에게 더 높은 도덕적 가치를 요구한다. 일반인보다 더 높은 청렴을 요구하고 지도자적인 판단력과 결단, 상생의 리더쉽을 발휘하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정치인들의 정치권력과 권한은 본래 그들 자신의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서 이양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당연히 요구할 수 있고, 정치인들은 그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국민을 위하지 않는 정치인, 국민의 고충을 모르는 정치인은 애초에 정치인이 되지 말았어야 한다.
장마가 물러가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우리는 이승엽의 시원한 홈런 같은 정치를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일까? 한 정치인이 그라운드로 올라선다. 수만, 수십만의 관중들이 그 정치인을 주목하며 가슴에 저마다의 기대를 품는다. 드디어 타석에 선 정치인, 2스트라이크 3볼까지 몰고간 후 마지막 볼을 향해 배트를 휘두른다. 멋진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공을 보며 관중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승리의 함성이 물결치고 관중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선다. 정치인은 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답례를 보낸다. 정치인이 친 홈런은 관중들이 없으면 의미가 없고, 따라서 홈런의 가치는 관중들에게 되돌려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상만해도 멋진 광경이다.
요즘 TV를 보면 화면의 우측 상단에 수해복구기금모금액을 알리는 숫자가 쉬지 않고 올라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작은 정성이 매 순간마다 모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수해지역에서 수해민들을 돕는 자원봉사자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광경도 목격하게 된다. 우리 국민들은 이렇듯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힘을 모으는 협동과 봉사의 정신을 갖고 있다. 물론 대다수의 정치인은 국민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몇몇 자신의 존재가치를 잃어버린 정치인은 자원봉사자들의 땀 한 방울만큼이라도, 아니 수해복구기금모금액의 숫자 하나만큼이라도 닮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진정, 아름다운 정치를 위해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