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성병원의 간호실장이 나에게 부탁을 했다. 고등학생인 딸이 학교 방송과제로 청소년 문제에 대해서 촬영을 하는데 인터뷰를 해 달라고 한다. 저녁시간에 약속을 했다. 고등학교 1학년이라는 딸은 촬영기기를 둘러메고 들어왔다. 이리저리 조명을 측정했다.

학생은 대안학교에 다닌다고 한다. 영상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일반 학교를 중퇴하고 대안학교에 다닌다고 했다. 자신에 대한 진로와 철학이 있다. 요즘에 청소년들은 자신에 대한 진로와 철학이 불분명해서 방황을 많이 하는데 말이다. 내일은 대구에 가서 친구들과 청소년 폭력문제와 폭력 장면을 촬영하기로 했단다. 청소년의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내가 너무나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어서 나중에 편집을 하는데 애를 먹겠다고 했다.

학생이 나에게 던진 첫 번째 질문은 청소년의 폭력과 영상물의 영향에 대해서였다. 청소년들은 영상세대이다. 책보다는 영상을 통해서 소통을 하고 정보를 공유한다. 영상은 상당히 감각적이다. 그리고 아주 스피드하다. 그래서 잠시 머물러서 생각을 하고 고민을 할 여유가 없다. 즉각적으로 반응을 해야 한다. 상대방의 반응을 기다릴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

또한 영상은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내용 설정을 한다. 그래야 보는 자가 흥분을 할 수 있다. 요즘에 사용하는 개념인 흥미, 혹은 즐거움이라는 엔터테인먼트가 청소년들의 가치관과 삶을 지배한다. 자신의 진로에서 엔터테인먼트를 향유하기 위해서 공부를 한다. 에너지를 오직 자기 자신에게만 쏟아 부으려고 한다. 이를 나르시시즘이라고 한다. 자아도취를 해서 굶어죽은 나르키스신에서 유래했다.

나르시시즘에 빠져있는 청소년들은 폭력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자기 존재감을 느끼려고 한다. 왜곡된 존재감을 가정에서부터 경험하면서 성장하는 청소년들이다. 우리나라의 가정 현실은 건강하지 못하다. 가정에서의 폭력문화가 생각보다 강화되어있다. 가족 구성원간의 갈등을 폭력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자녀들은 그러한 풍토 속에서 성장을 한다.

한국사회는 급격한 산업사회를 겪으면서 엄청난 스트레스에 노출이 되어 왔다. 더구나 군사문화가 사회전반에 확산되면서 폭력이 정당화되기도 했다.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폭력도 정당화시키는 군사문화의 힘은 아직도 강화되어 있다.

학교라는 공간도 예외는 아니다. 나는 학교에 가서 문제 학생들과 상담을 한다. 이 학생들이 호소하는 것은 학교가 자신들에게 너무나 가혹하다는 것이다. 집에서도 폭력성에 스트레스를 받는데 학교에서도 그렇고 사회에서도 그렇단다. 다양성을 무시하고 획일적인 것을 강요하는 학교와 가정이 싫다며 학업만 가지고 인간차별을 하지 말라고 한다. 우리도 인권이 있다고 항변을 한다. 그러한 학생들이 또래들의 인권을 무시하면서 폭력을 사용한다.

우리사회에서 청소년들은 폭력을 통해서만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하고 소통을 하려고 한다. 이러한 청소년들은 영상매체의 폭력성에 노출이 되면서 더욱 폭력성이 강화되어 가고 있다. 어저께 영화를 보았다. <마파도2>였다. 코믹 영화인데 욕으로 시작을 해서 욕으로 끝마치었다. 나도 욕을 큰소리로 하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