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6일 당진문예의전당 앞이 주말 행사로 시끌시끌하다. 주차장에는 쏟아지는 햇빛을 막으려 창 넓은 모자와 청바지를 입은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인다. 당진군내 미술인의 모임인 학동인회(회장 이경숙) 회원들이다.
학동인회는 지난달부터 매월 마지막주 토요일에 야외스케치를 하러 나가기로 정했다. 신경옥씨는 “미술을 전공하고 관련된 일을 하고 있지만 회원 대부분이 자신만의 작품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가는 사람들도, 가는 곳도 미리 정해진 것이 없는 미지의 여행. 정해진 것이라곤 마지막 토요일 오전 10시까지 당진문예의전당 주차장에 오는 것뿐이다. 회원들도 시간이 되면 자유롭게 참석하기에 당일 누가 오는지, 어디로 가는지 알 수가 없다. 느지막이 회원 5명이 모였다. 이 모임의 아이디어를 제공한 이종호씨와 본지에 ‘작가와 떠나는 여행’을 연재한 이상옥·장애경씨, 고대중 미술교사 문현수씨, 원당초 미술교사 신경옥씨. 그들은 화구를 챙겨 들고 일상의 탈출구를 향해 떠난다. 가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작은 도넛 하나를 먹어도 마냥 즐거워 보인다. 대호지로 가는 길은 산길을 따라 꼬불꼬불하게 이어진 게 재미있다. 달릴 때마다 창밖으로 아카시아향이 들어온다.
오늘 가는 곳은 대호지의 ‘신동저수지’. 이 곳은 작가와 떠나는 여행을 연재하며 이상옥, 장애경 씨가 봐두었던 지역의 ‘명소’다. 장애경씨는 “장소 선정에 큰 고민을 하지 않는다”며 “어느 장소의 어떤 구도도 전부 다 그림의 소재가 된다”고 말했다.
넓게 펼쳐진 신동저수지에는 사람소리가 거의 없다. 저수지 옆 작은 논엔 아저씨 한 분이 손수 모를 심고 있다. 두루미가 저수지를 박차고 나른다. 허물어질 듯 드문드문 보이는 낚시터도 보인다. 다들 자신의 그림을 향해 한 자리씩 차지하고 앉는다. 같은 장소에 왔는데 저마다 다른 것을 본다. 이상옥씨는 길을 따라 난 저수지를, 장애경씨는 수풀이 있는 저수지를, 이종호씨는 언덕 끝자락에 자리잡은 나무들을, 신경옥씨는 언덕과 논을, 문현수씨는 논과 길, 저수지를 담았다. 화구를 펼쳐 놓고 자리를 잡는데 시끌시끌하던 그들이 순간 조용하다. 들리는 소리는 간간이 뛰어오르는 물고기소리, 황소개구리 소리, 그리고 차에 틀어놓은 라디오 음악소리뿐이다. 한참의 고요함이 지나고 점심을 해결하고자 한 자리에 모여 들었다. 얼굴을 마주하고 빵과 김밥, 간단한 과일을 먹으니 다시 웃음이 하나 가득이다. 그림자가 조금 길어질 때쯤 다들 어느 정도 완성한 작품들을 안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서로의 작품을 보며 부족한 점을 채워주기도 하고 칭찬과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렇게 ‘죽이 잘 맞는 사람들’의 풍경을 정리하는데 이종호씨가 말을 건네온다.
“기자양반, 다음엔 수첩과 카메라 대신 스케치북 하나 챙겨오라고.”
바람이 다시 선선해 질 무렵 신동저수지를 빠져나온다. 학동인회는 당분간 야외스케치 활동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