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몽골의 한 고아원생들과 이즈치과 소속 의료 봉사단들의 기념촬영 모습.
▲ 몽골의 한 고아원생들과 이즈치과 소속 의료 봉사단들의 기념촬영 모습.

7개의 네트워크(몽골 에바다 이즈치과 포함)로 구성된 이즈치과가 박경석 외 3인의 원장과 치위생사, 치기공사 등 13명으로 구성된 무료 봉사단원들이 지난달 29일부터 7월 2일까지 치과분야 의료기술이 열악한 몽골의 울란바토르에서 모두 570여명의 몽골인을 대상으로 사랑의 의술을 펼치고 돌아왔다.

의료봉사단원들은 첫날에 몽골 에바다 이즈치과에서 치과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몽골인들을 대상으로 보존, 발치, 신경치료, 교정 등 일반적인 치료뿐만 아니라 임플란트까지 시술해 현지인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4일 동안 이른 오전부터 늦은 오후까지 봉사의 손놀림은 잠시 쉴 틈조차 없이 의료봉사를 펼친 봉사단은 울란바토르 모자센터와 몽골 보사부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아침부터 거세게 내리던 비가 차츰 잦아들었다. 지난 6월 28일 장마가 시작되던 그 날 우리는 기대반 걱정반으로 몽골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8개의 네트워크 치과(몽골 에바다 이즈치과 포함)로 이루어진 이즈치과에서는 3년째 몽골에서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올해 처음 참가한 나를 포함한 4명의 원장님과 위생사, 기공사 및 취재진을 비롯해 총 20여명의 봉사단원을 실은 비행기는 약 3시간을 날아 자정이 되어서야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시에 도착했다. 눈부신 햇살에 한국에서보다 훨씬 이른 시각에 눈을 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곳은 백야현상 때문에 저녁 10시가 다 돼서야 해가 지고 새벽 4시경에 해가 떠서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6월 29일 의료봉사 첫 날 두 팀으로 나뉘어 한 팀은 울란바토르시에 위치한 에바다 이즈치과에서 진료를, 다른 한 팀은 시 외곽의 고아원에서 불소도포와 칫솔질 교육을 실시했다. 평소 에바다 치과원장님과 친분이 있던 북한의 한 치과의사가 찾아와 비디오로 치료하는 모습을 촬영하며 열심히 이것저것 물어보시는 모습이 새로웠다. 비록 일반치과에서의 진료였으나 한국과 비교해 부족한 것이 너무나 많았다.

6월 30일에는 직원만 천명에 가까운 초대형 의료시설인 국립모자보건센터에서 진료가 이루어졌다. 도착하자마자 병원복도는 북적이는 환자들로 발 딛을 틈조차 없었다. 모든 것을 갖춘 듯 보인 이곳 치과 진료실은 대부분의 진료용 체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으로 지금까지 어떻게 환자를 보았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진료 중에 안 사실이지만 환자들 대부분은 이곳 병원의 의사들과 간호사를 포함한 직원들과 그 가족들이었다. 이곳에 근무하는 의사조차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빠져서 없는 치아가 대부분 여러 개였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너무나도 다른 상황이었다. 오후에는 전날 고아원에서 검진한 아이들을 직접 국립모자보건센터로 안내해 치료를 받게 하였는데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탓에 마취주사를 맞으면서도 울지 않는 아이들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치료받을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지만 너무 많은 환자들 때문에 한 두개의 치아만 치료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7월 1일 일요일의 진료 장소는 울란바토르시에서 2시간 가량 떨어진 토브 아이막이라는 작은 마을 보건소였다. 보건소 문을 들어서자마자 의료시설은 물론 인력도 거의 없어 진료의 기회조차 갖지 못한 백여 명의 주민들이 여기저기 고통을 호소하며 치료를 받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충치와 염증 때문에 뽑아야 할 치아들이 너무나 많았고 앞니에 충치가 있어 활짝 웃지 못하는 젊은 여성들도 너무나 많았다. 이날 이즈치과 대표 원장님은 토브 아이막의 도지사급으로부터 “치료받기가 어려운 상황인 이곳까지 한국 의료봉사단들이 찾아와 주어 감사하다”면서 지속적인 의료봉사를 부탁했고 최고의 명예 훈장까지 전달받기도 했다.

지난 2일에는 또 다른 대형 공립병원인 폴리 클리닉이란 곳에서 마지막 날 진료를 시작했다. 몽골 에바다 이즈치과에서 매주 나가는 무료 치과진료소에 사용하는 이동 진료장비를 받아치료하게 되었으나 열악하다는 현실에는 변함이 없었고 환자들은 많은데 다 해줄 수 없었던 현실... 한국으로 데려와 치료해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한 크라운(흔히들 이를 씌운다고 하는)하나 없는 몽골사람들의 구강상태의 현실이 답답함과 안타까움의 미묘한 감정과 함께 자꾸 어색한 쓴웃음만 짓게 했다.

몽골 보건복지부에서는 감사패를 수여해 주었고 국영 TV 방송국에서 취재를 나와 관심을 보이면서 매년 지속적인 봉사를 부탁하기도 했다. 그렇게 봉사활동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우리는 그들을 마음으로 보듬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한국에서의 풍요로움 속에서 불평만 하던 우리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다음 날 뒷풀이의 일환으로 게르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유난히도 많고 밝기도 한 별들. 그 아래로 우리는 모닥불 주위에 모여 앉았다. 힘들었던 나날들... 그 속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행복을 찾았다. 누군가에게 베풀 수 있다는 것, 몸은 힘들고 지치지만 마음은 넉넉해져가고 있다는 사실, 오히려 감사해야 할 사람은 우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던 마지막 밤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그간 함께 고생하고 도와 주었던 한국어과 대학생들과 현지 울란바토르 치과대학생들과 식사를 하고 공항으로 오던 길에 마치 헤어지기 싫어 하늘이 우는 것처럼 비가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