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형성하는 것은 자유(自由)와 양심이다’라고 어느 종교 철학자는 말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 생태는 더욱 인간을 완성하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 내가 집무하는 사무실 창 너머로 계관화(맨드라미)와 메리골드(국화과 꽃)는 늙은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하면서도 자성의 계기를 마련해 주는 꽃들 중 하나이다.
나는 생각한다. 대자연의 보호를 받으면서 자연의 평온함과 진실되고 활기에 찬 힘을 직접 느끼면서 살고 있음을 알았을 때 축복받고 행운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즐겁고 복받은 삶인지, 삶을 즐기면서 살맛을 풍부하게 만끽하고 있는데 작년에는 눈에 띄지 않던 매리골드가 올해에는 눈에 확 들어왔다.
매리골드는 진한 향을 갖고 있는 꽃인데 붉은 색에서 황금색으로 변하면서 지금 만개하고 있는 야생화로 꼭 성숙된 노인들의 생을 닮은 꽃이라고 나 스스로 의미를 부여해 보았다. 우리 사람들은 중년에 이르면 얼굴에 주름이 생기고 머리카락이 조금씩 빠지지만 이런 외모 못지 않게 내면도 중요하단 것을 깨닫게 되는 시기이다. 이때에 퇴직을 하게 되면 수입은 없지만 더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우리 이웃에서 이런 사람들이 평생에 있어 못 누렸던 자유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있다.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가 정년퇴직한지 10년 가까이 된 어느 노인은 지금도 중국어 공부에 열중이다. 한국으로 시집온 중국 부인을 찾아 발음과 모르는 것을 배워가며 독학으로 공부를 한다. 꼭 필요해서 아니라 몸에 밴 공부요, 무료하게 헛되게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 시작한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노년에 이르면 자식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요즘에는 시대 상황이 변해 두 내외끼리 사는 노인들이 부쩍 늘었지만 그중 한쪽이 먼저 떠나면 하는 수 없이 자식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경우라 하더라도 자식들에게 얹혀 살면서 폐를 끼친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동안 자녀들에게 베풀었던 사랑을 돌려받는다는 생각으로 살면 좀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소유하던 것을 전부 손에서 떠나보냈을 때의 슬픔이 가시고 나면 자신이 좀더 자유로워지고 인생을 가볍게 여행할 수 있게 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노인들의 참 행복은 이렇게 성숙되었을 때 느껴지는 것이다. 이럴 때에 우리 노인들이 꼭 배워야 할 것은 자식들이나 이웃들이 베푸는 것을 받는 법, 그리고 감사하다고 말하는 것을 배워야 하며
인내하고 받아들임을 꼭 익혀야 한다. 일생 동안 우리들 노인들은 끊임없이 베풀었지만 받는 법을 배우지 못했던 것이다.
이제는 보살핌을 베푸는 대신 보살핌을 받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노인들은 자기마음의 둘레에 높은 돌담을 쌓아놓고 있음을 느낄 때가 있다. 그것은 상처받지 않기 위해 자기 스스로 설계된 제작품이지만 이웃들에게서 베푸는 사랑도 막아버린 꼴이 된 것이다.
그래서 겉으로는 항상 부유한 척 하지만 속으로는 외로움을 느끼면서 살고 있다. 이런 노인들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체면, 자존심, 가진 것을 등뒤로 미루고 손을 뻗쳐라. 이웃과 자녀들과 손을 잡아라. 그러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바로 이런 변화와 또 다른 세상을 서로 느끼고 배우고 깨닫고 맛보면서 실천하는 곳이 노인대학이다.
“노인들은 얼마 안 있다가 사라질
길손들이니 할 수 있는대로 애정에 넘치는 친절을 다해서 전송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