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당진읍 계성리에 홀로 사는 손석희(85) 할머니 집을 찾았다. 근처에서 집을 찾지 못해 연락을 했더니 기다리라며 뛰어 나오신다. 몇 발자국 되지 않는 걸음인데 숨을 헐떡이셨다. 손 할머니는 “심장이 안 좋아서 얼마 전까지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며 “늙어서 생긴 병이라 어쩔 수 없는 거 같다”고 한다.

“오느라 고생했어. 근데 늙은이한테 무슨 볼 일이 있다고 날도 추운데 찾아왔어.”

손 할머니는 작은 방 하나 부엌 하나가 있는 방에서 세들어 살고 계셨다.

“이렇게 살아. 그래도 이불 속은 따뜻혀.”

방안에 들어선 손 할머니는 그래도 가장 따뜻한 자리라며 이불 속으로 들어가라고 말한다. 손 할머니는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이 반가우면서도 사는 모습을 보여주기 민망했는지 이부자리를 다시 매만지며 말했다. 난방비가 비싸 보일러 켜기가 힘들다는 할머니 방은 전기장판을 튼 이불속 말고는 좀 쌀쌀했다.

남편도 30여년전에 당뇨로 세상을 떠나고 슬하에 자식 한 명 없지만 할머니에게는 조카 김희관(58)씨가 있다. 당진에 사는 조카가 자주 들려주고 병원도 데리고 다니는 게 아들보다 낫다고 하며 뿌듯해 하시는 모습을 보니 다행이었다.

할머니의 두 눈은 오래전에 백내장 수술을 했고 귀에는 보청기가 끼어 있었지만 85세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정정해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손 할머니는 노인대학에도 다니고 있었다. 당진감리교회에서 주관하는 노인대학에 다니고 있는데 지금은 겨울방학이라 쉬고 있다고 한다. “수요일이랑 일요일은 교회가고 목요일은 노인대학 가고 겨울방학만 아니면 나도 바쁘지”라고 말하며 웃는다.

“저녁엔 춥고 심심하니까 이렇게 만날 누워 극동방송 들어. 이게 내 친구고 말동무야.” 괜찮다고 말하지만 손 할머니 얼굴에는 외로움이 가득하다.

손 할머니에게 새해에 바라는 것이 있을까 묻자 소박한 대답이 나온다.

“소원이 뭐가 있겠어. 내일 모레면 갈껀데 갈 때까지 조용히 다른 사람한테 폐 안 끼치고 사는 게 소원이라면 소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