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사 한수산씨의 ‘살고 싶은 여자와 하고 싶은 일’이란 제목의 에세이가 있다. 사람들은 아름답고 영리하고 나와 잘 어울리는 이 여자보다 저 여자와 살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나 살고 싶은 여자나 남자와는 끝내 못 살 수도 있다. 그렇다고 절망하거나 생을 포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상대적인 것이요 절대적인 가치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산다는 것은 절대적인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는 이 글에서 일본 나가사키에 사는 오카 마사하루라는 한 노인을 소개하고 있다. 일본이 전쟁으로 광분하고 있을 때 해군으로 근무했는데 잘못된 전쟁과 천황의 책임을 통감하고 고민하다가 마침내 루터교회 목사가 되고 뒤에는 가장 진보적인 혁신계 시의원이 되어 현실정치에 참여하게 된다.
그는 조선인 강제노동이나 피폭자에 대한 보상도 하지 않는 국가에 대항해 ‘나가사키 조선인을 지키는 모임’이란 시민단체를 조직하고 1981년 7월부터 조선인 원폭피해와 실태조사를 해 같은 일본인들이 “너같은 자도 일본인이냐?”라며 수많은 항의와 신체적 폭력을 당했다. 그러나 그는 그에 굴하지 않고 억울한 사람들의 권익을 위해 싸우는 인권운동가로 살았다.
그는 평생 바나나를 먹지 않았는데 이는 전후의 어려웠던 시절, 나이 스물 여섯의 아내가 병들어 죽어가면서 바나나가 먹고 싶다는 말을 하자 그가 어렵사리 구해왔으나 이미 아내는 숨을 거둔 뒤였다. 아내가 먹지 못하고 죽어간 바나나를 평생 자신도 입에 대지 않으면서 70평생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나가사키를 좋아하는 이유도 이런 절대적인 가치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얼마 안 있으면 당진은 시로 승격될 것이다. 나는 40여년간의 목회를 마감하고 여생을 당진에서 보내려고 돌아왔다. 당진의 땅, 바다, 산, 들, 사람들이 좋아서 돌아왔었다. ‘살고 싶은 도시 당진’ 이곳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우선 우리 가족 다섯명을 보태는 일과 마음으로나마 응원하는 것, 그리고 늙은이의 쓰잘데 없는 염려 등을 해본다.
당신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 전문적인 분석이나 연구는 학자들의 몫. 보통 시민인 내가 느낀 점은 서너가지다. 강점은 천혜의 자연조건, 산, 바다들이 첫째요, 둘째는 기독교의 융성과 문화유산, 셋째는 후박한 인심이다. 그러나 세월이 가면서 이 자랑도 점점 자신이 없어짐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럼 취약점은 무엇일까? 첫째 바닥이 좁다는 것과 둘째 소문난 비싼 물가, 셋째 은근한 텃세이다. 바닥이 좁은 것은 집을 많이 지으면 큰 도시가 된다는 것보다 운신할 공간이 적다는 뜻이다. 내가 아는 경기도 안산은 신흥공업도시지만 사람사는 공간과 거의 맞먹는 녹지공간을 조성해 공원천지의 계획도시로 만들었다. 군유지가 얼마인지는 모르나 집 지을 땅은 건축업자들이 만들고 군유지는 전부 공원으로 만들면 새로 탄생하는 당진시는 넉넉한 도시가 될 것이다. 비싼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대형 유통업체가 들어와야 하겠지만 재래시장이 타격을 안 입도록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애향심의 일그러진 모습인 텃세는 급속한 도시화의 물결 앞에서는 사라지기 마련이지만 도시화 시작 단계인 당진의 경우는 다르다. 전 시민의 관심과 애정을 한데 모으는 일은 당진발전의 관건이다. 당진시민으로서의 소속감을 이끌어내 위해서 ‘하고 싶은 일’을 유도하는 것이다. 각자 관심있고 좋아하는 취미활동 봉사단체, 학술연구클럽 등 6∼70가지를 관보나 지역신문에 항상 게재해 홍보하는 방법은 어떨까?
나는 한 NGO단체의 평회원이다. 5년간 당진을 떠나 있었고 활동능력이 거의 없는 별볼일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 단체의 의장 한 분은 무거운(?) 물건을 들고서 차 타는데까지 배웅해주는 친절함을 베풀었다. 이것이 참 당진사람의 순박한 마음이고 텃세없는 열린 마음일 것이다. 아무튼 당진발전과 시승격에 축하를 보내고 가슴두근거리는 기대를 걸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