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눈만큼 벗겨진세상

매니큐어를 바르다

문득

쌀눈만큼 벗겨진 세상을

훔쳐본다.

한 사흘은 굶은

하이에나의 휑한 눈빛이다.

슬픔을 메우려고

자꾸 덧칠을 한다.

개칠하면 하면 할수록

아름다운 삶과

뭉개진 삶이 있다는 것을

다만 손톱만은 안다.

그러나 나는

내 운명의 초침을 바꾸려

미소를 짓고

밤마다 손금을 만들고

날마다 예쁘게

매니큐어도 칠해본다.

매니큐어를 한 번에 잘 바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하루만 지나면 어딘가에 긁혀 벗겨지기도 십상이다. 그날도 어김없이 온 신경을 손톱에 집중하고 매니큐어를 칠하던 그녀는 문득 허탈해진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이게 뭐라고... 슬프다.’

안의수 씨는 잠시 1년 전 그때의 기억을 되짚는다.

“갑자기 허망한 생각이 들었어요. 하얀 손톱이 들어나지 않게 하려고 매니큐어를 덧칠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 슬퍼지더라고요. 벗겨진 것들을 애써 스스로 감춰가면서 살아야 하나 싶고... 그때의 감정을 시에 담은 거예요. 절 잘 모르는 사람들은 겉모습만 보고 늘 밝고 씩씩하게 산다고 하지만 그렇게 살기 위해서 저 나름대로 정말 많은 노력을 하거든요.”

매니큐어에 빗대어 삶의 양면성을 노래한 안씨는 주로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시로 표현한다. 그녀에게 시는 “내면의 소리를 밖으로 표현하는 것”이며 “삶을 창조적으로 가꿔나가는 작업”이다.

어릴 적부터 글쓰기에 취미가 있었던 안씨는 대학에서 국문과를 공부하고 지금은 학습지 교사로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아이들과 늘 함께 하다보니까 마음이 덜 때묻는 것 같아요. 젊게 살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고요.”

국·영·수에서부터 일어, 중국어까지 초·중·고 전학년을 모두 지도하는 안씨는 학습지도를 위해 꾸준히 자신도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바쁘게 산다고. 그래서 최근에 시 쓰는 일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안씨는 시를 쓰는 시인이기도 하지만 당진미술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는 화가이기도 하다. 그녀는 주로 산수화를 즐겨 그린다.

안의수 씨

나루문학회원

당진미협회원

현 구몬 학습지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