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당 정부의 속성과 이명박 정부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참여정부 기간동안 추진되었던 국가균형발전정책과 수도권 정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혁신도시 정책의 재검토, 수도권의 3대 권역 재검토, 5+2 광역경제권 구상에 입각한 광역경제권 단위의 경쟁력 강화정책, 수도권정비계획법의 대체입법 추진, 친기업정책 추진에 따른 각종 토지이용 규제완화 정책,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무력화 등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일찍부터 보수주의 정부를 기치로 출범한 실용정부가 지역균형발전과 수도권 정책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견지할 것인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다만, 이 문제가 대선이나 총선에서 전혀 쟁점화가 되지 않았으며 그나마도 경제살리기와 일자리창출, 친기업정책이라는 슬로건에 덮여 미처 대부분의 국민이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신자유주의를 지향하는 보수당 정권은 국제경쟁력 확보와 경제활성화를 명분으로 조세감면과 규제완화, 민영화와 같은 친기업적인 정책을 표방해 왔다. 진보당 정권을 무능하고 실패한 정부, 과도한 규제 위주의 정부, 비효율적인 정부로 낙인찍으며 작고 효율적인 정부, 기업을 위한 정부를 지향한다고 외치고 있다.

세계의 보수당 정권들은 진보당 정부가 낙후지역, 경쟁탈락자와 소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었던 각종 규제와 재정지원정책을 과감하게 폐기하고 기업지원정책을 추진하게 된다.

1979년에 출범한 대처정부와 1980년에 출범한 레이건 정부가 가장 대표적인 보수당 정부라 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1993년에 출범한 김영삼 정부 이후 15년만에 출범한 이명박 정부도 그 정통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기업 민영화 정책, 기업창업 및 입지를 위한 규제완화 정책, 감세 정책 등은 이러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보수당 정부에서 보는 수도권 정책

보수당 정부에서는 민간기업의 투자를 촉진함으로써 경제를 활성화하고 성장률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투자 활성화에 장애가 되는 요소는, 그것이 균형발전을 위한 것이든 수도권의 집중억제를 위한 것이든 규제완화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보수당 정부나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지역균형발전정책과 수도권 규제정책은 기업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투자를 억제하는 규제의 하나일 뿐이다. 특히나 수도권은 기업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가장 용이하고 기업들이 선호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수도권 지역에서 개발과 산업입지에 대한 규제는 최우선적으로 완화되어야 하는 규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수도권 규제완화를 위해서는 수도권의 집중억제와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법률이나 제도적 장치를 무력화시켜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광역경제권 구상, 지역특화 발전, 지방분권, 한반도 대운하 건설 등은 수도권 규제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슬로건으로 활용될 우려가 있다. 최근 수도권정비계획법과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지역간 협력촉진 등 광역경제권발전 특별법’으로 통합하거나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수도권의 계획적 관리에 관한 법률’ 등으로 대체입법하겠다는 구상도 바로 이런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수도권과 지방간의 대립관계가 아니라 상생발전을 지향하거나 광역경제권 단위로 육성하겠다는 것이 대외적인 명분이지만, 그 결과는 균형발전정책의 포기와 수도권에 대한 규제완화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수도권의 위상과

수도권 정책을 바라보는 관점

수도권 정책의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수십년간 논쟁이 지속되어 왔다. 일부에서는 수도권 문제는 서울대도시권 자체의 경쟁력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수도권 문제를 국토전체의 균형발전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수도권 문제는 비록 서울의 과밀문제에서 출발했지만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나 역할을 고려할 때 결코 지역균형발전 문제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국가의 주요 핵심기능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지역경제가 수도권에 의존해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수도권을 어떻게 관리하는가에 따라 지역발전의 상당부분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참여정부는 지역균형발전과 수도권 경쟁력 강화라는 공존하기 어려운 가치를 동시에 추구해 왔기 때문에 수도권 관리에 대한 현안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어려움에 직면해 왔다. 지역균형발전의 궁극적인 모습이 명확하게 설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지역단위에서 균형발전을 추진해야 하는가가 명확하게 설정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또한 수도권 관리정책을  변경하면 지역균형발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수도권의 계획적인 관리’라는 추상적인 개념만으로 수도권 문제를 접근해 왔던 한계도 있었다.

그 결과 참여정부에서도 수도권의 특정지역이나 특정기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규제에 대한 예외조치가 연속적으로 발표됨에 따라 수도권 지자체나 주민들은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요구의 강도가 강할수록 수도권 정책은 변경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기대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더욱 강하게 나타나게 되었고, 마침내 수도권규제에 관한 전면해제라는 기대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5+2 광역경제권 구상에서 밝힌 것처럼 수도권의 문제는 수도권이라는 광역경제권 자체의 문제만이 아니다. 지방의 광역경제권도 자체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수도권의 무분별한 개발 확대와 규제완화가 지속되는 한 지역광역경제권이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도권정책의 방향이 지역균형발전의 틀 속에서 설정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수도권 정책의 방향과 지방의 대응

오늘날 수도권의 삶의 질 취약과 경쟁력부족 문제는 상당부분 과도한 수도권 집중과 지방의 경쟁력 약화에서 기인하고 있다. 수도권은 과잉집중으로 고비용, 저경쟁력의 문제점을 낳고있는 반면, 지방은 각종 기능과 인력의 유출로 자립적인 발전의 기반이 취약한 실정이다.

따라서 수도권이 세계적인 대도시간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과도한 집중과 혼잡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방으로의 분산과 재원의 이전을 통해 지방을 발전시킴으로써 오히려 수도권의 과도한 집중문제를 해결하고 수도권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수도권과 지방의 진정한 상생은 수도권으로의 집중을 위한 규제완화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지방의 육성을 통한 수도권의 몸집 줄이기와 특화된 발전에서 찾아야 한다.

지방에서는 수도권 문제를 단순히 일자리 창출이나 도시경쟁력을 위한 수도권 내부의 문제로 이해할 것이 아니라 수도권의 집중이 지방의 발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에 입각해서 바라보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제 지방에서도 수도권 문제에 대한 연구와 논의를 본격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수도권의 집중이 어떠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수도권의 규제완화가 진정 수도권의 발전과 지방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수도권과 지방이 공생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 모든 것이 연구와 논의의 대상이 될 주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의 전문가, 지자체, 시민사회단체, 정치인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지역의 발전을 위해 전략산업을 육성하고 지역혁신체계를 구축해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수도권에 대한 규제완화로 인해 현재보다 더욱 심각한 수도권 집중이 나타나지 않도록 공동으로 대처하여야 한다. 그러지 않는 한, 경제가 어려울수록 수도권 규제라도 풀어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금의 이상한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게 될 것이다.

지방에서도 무분별한 개발의 확대가 곧 성장이라는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규제완화를 통해 개발을 확대하고자 하는 수도권 지자체의 노력에 대해 비판할 자격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지방의 정치인, 관료가 지역주민들과 지역산업, 지역대학과 공동으로 지역발전의 방향을 논의하고, 지역의 전략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방향을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외부의 대규모 개발자본을 끌어들이지 않고도 성공적으로 지역을 발전시킨 사례는 수없이 많다. 이제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지역의 모든 구성원들이 지혜를 모을 때이다.

약 력

(전)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부연구위원

(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수도권관리전문위원

(현) 세종대학교 행정학과 및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

(현) 서울시 외국인투자유치자문위원회 자문위원

(현) KBS객원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