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를 읽는 어른들의 모임
“우리들 집요? 저녁 풍경이 다르지요”
“설거지도 미루고 아이와 책을 읽어요”
90명 당진 엄마의 아우성
“모이면 정치·경제·문화 꿰어놓고 수다도 떨죠”
아이의 정서를 존중하고 아이와 ‘함께’ 살아가려는 살가운 눈높이 엄마들이 있다. 97년 임수현(38세)·박미해(34세) 두 사람이 당진에서 시작한 좥동화를 읽는 어른모임(회장 김미영, 38세)좦은 2년이 지난 지금 90명이라는 대가족으로 성장했다. 회원들은 모두 여성. 어마어마한 엄마부대인 셈이다.
1기부터 4기까지 15개의 모둠(소모임)을 꾸리고 있는 이들의 모임은 이름도 다양하다.
1기에는 <옹달샘 designtimesp=15776>과 <파랑새 designtimesp=15777>, 2기 <아침해 designtimesp=15778> <하얀종이 designtimesp=15779> <징검다리 designtimesp=15780> <상록수 designtimesp=15781>, 3기 <메아리 designtimesp=15782> <달나라 designtimesp=15783> <잠잠이 designtimesp=15784> <도토리 designtimesp=15785> <음소랑 designtimesp=15786>, 4기 <엄마사랑 designtimesp=15787> <새끼손가락 designtimesp=15788> <은하수 designtimesp=15789> <샘소리 designtimesp=15790>. 얼마나 예쁜 이름들인지 모른다.
동화를 통해 아이들의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고, 아이들과 함께 살아보려는 순수한 시도는 호응을 얻기에 충분했다.
물론 내 아이 잘 키워보자는, 엄마라면 으례 가지기 마련인 욕심도 작용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매개체가 ‘책’이라는 점은 역시 남다른 점이다.
21세기를 <정보화 시대 designtimesp=15797>라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책읽는 사람이 앞서간다'는 것처럼 스스로 생각하고, 여러 각도로 생각하고, 생각한 결과를 조리있게 표현하는 것은, 좋은 글을 많이 읽는 훈련으로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1기 모임인 옹달샘 회원들은 '자녀들에게 책읽는 버릇을 길러주는 것은 놀라운 마법 하나를 물려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아이들의 삶을 아름답게 가꿔주는 힘, 그것은 독서에서만 길러진다고.
이 모임의 회원들, 즉 ‘동화를 읽는’ 어른들은 좋은 출판사에서 좋은 평을 내린 그림책과 동화책을 엄마들이 먼저 읽으며 토론하고, 집에 돌아가서는 아이들과 함께 읽고 있다.
97년에 시작한 1기 모임 회원들은 벌써 동화와 부모교육용 도서를 통틀어 1백권을 넘게 읽고 토론했다. 외국동화 <꼬마 펭귄 designtimesp=15804> <아툭 designtimesp=15805> <아프리카여 안녕 designtimesp=15806>과 국내동화 <강아지똥 designtimesp=15807> <심심해서 그랬어 designtimesp=15808> <아름이의 채소밭 designtimesp=15809>, 전래동화 <천냥짜리 거짓말 designtimesp=15810> <팥죽할멈과 호랑이 designtimesp=15811>, 위인전 <헬렌켈러 designtimesp=15812> <유관순 designtimesp=15813> <테레사 수녀 designtimesp=15814> <세종대왕 designtimesp=15815> 등 아이들과 함께 읽은 책은 다 소개하기 어려울 정도.
동화모임은 부모 자신을 위해서도 독서토론 프로그램과 여러가지 교육프로그램을 백배 활용하고 있다. 나이에 따른 아이들의 정서적 특징을 이해하며 읽기, 아이들 각자의 개성있는 느낌과 생각을 존중하면서 읽기, 아이들의 상상과 호기심을 자극하며 읽기, 문제의식과 해결책을 찾아보도록 도우면서 읽기, 무엇보다 즐겁고 신나는 놀이로서 책읽기를 위해 좥책 밖의 어른, 책 속의 아이(문학과 지성사)좦 등 10여권의 책을 섭렵했다.
그중에는 책읽기 외에도, 바른 부모역할을 위한 책 <아무리 바빠도 아버지 노릇은 해야지요(보리) designtimesp=15820>도 들어있다. 최근에는 한길사에서 펴낸 좥우리동화 바로 읽기좦를 통해 부모 자신의 시각을 다시 한번 바로잡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관심은 ‘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작년에 아이들과 좥삼성어린이 박물관좦을 다녀온 것을 비롯해 각종 공연과 부모교육이 있을 때마다 이들은 단골 교육생이다. 17일에는 드디어 전체 총회와 함께 90명 회원이 다 모인 가운데 강좌도 연다.
‘똘똘’한 생각으로 ‘똘똘’ 뭉친 이 엄마들 중에서 1기 모임인 좥옹달샘좦의 자기모임 얘기를 들어보자. (박스)
회장 홍명옥씨는 동화모임의 또다른 묘미를 공개한다.
“우리 모임요? 가정의 갈등, 자녀교육, 자기고민, 정치, 경제, 문화... 우리들의 건전한 수다는 끝도 없어요.”
이 엄마들은 하나같이 다른 엄마들에게 이렇게 당부한다. 아이들이 책을 읽도록 기다리지만 말고 엄마들이 먼저 읽어주고 또 엄마들이 책읽는 모습을 보여주라고.
아기자기한 모임, 동화 읽는 어른모임을 감히 교육운동모임이라고 판단하게 되는 것은 이보다 더 좋은 교육환경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엄마들은 참말로 ‘잘사는 집’이 부럽지 않단다.
둘째아이를 포대기로 들쳐업고 처음 이 모임을 만들었던 임수현씨는 ‘저녁마다 책을 읽어주면서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세요’라는 말과 함께 이 짧은 시를 권한다.
<보석상자와 금궤
그래, 넌 나보다 훨씬 부자야
그렇지만 난 네가 부럽지 않아
우리 엄마는 내게 책을 읽어주니까 말이야>
스트릭랜드 길리언의 시 <책 읽어주는 엄마 designtimesp=15847>
■책이 좋다고 아무 책이나 읽어주다가 지금은 좋은 책을 고르는 안목이 생겼어요. 저에게 제일 좋은 시간은... 잠자기 전에 20~30분 아이들을 안거나 무릎에 앉히고 책을 읽어주는 시간입니다. (홍명옥 회장, 동영엄마, 37세)
■이 모임을 가진 후에 아이들과 저의 관계가 역전됐어요. 아이들이 뭔가 요구할 때 ‘책 읽으면 해줄께’하던 저였는데, 제가 뭔가 요구할 때 아이들이 ‘이거하면 책 읽어주세요’라고 해요. (조미옥 총무, 민지엄마, 38세)
■우리집은 어린이 서점이 됐어요. 아이 친구들도 우리집에 오면 으례 책을 잡는 분위기죠. 선생님께서 만물박사라며 칭찬하신다고 제 딸이 좋아하던데요. (최영자, 혜정엄마, 39세)
■보통, 동화책은 아이들이 보는 책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제 아이 뿐만 아니라 엄마인 저도 동화책이 너무 좋아졌어요. (차덕녀, 은종엄마, 34세)
■우리 회원들의 집은요, 무엇보다 좥저녁풍경좦이 다릅니다. 저녁 설거지도 미뤄놓고 아이들과 책읽기를 하고 있어요. 어떤 엄마들은 설거지 미루기가 힘들대요. 하지만 소중한 일부터 해야 하잖아요. (임수현, 태양엄마, 38세)
■우리 모임 회원 아이들의 공통점은 한결같이 책을 좋아한다는 거예요. 제각기 다른 일에 열중해 있다가도 ‘얘들아, 책 읽어줄께’ 하면 우루루 몰려들거든요. (장명옥, 지혜엄마, 35세)
※옹달샘 회원중 박미해·송준호·이영근씨가 촬영에 빠짐
김태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