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정의 달 특집

부모 모시는 맞벌이 부부의‘두지붕 한가족’

연립주택 마주보고 노부모님과 함께 살아

두집 사이에 놓인 ‘다섯살 윤희의 길’

당진읍 김기성·박경희씨 가족

당진읍에 사는 김기성(43세)·박경희(39세)씨는 맞벌이 부부다. 남편 김씨는 올해로 근무경력 12년째를 맞는 경찰공무원이고 부인 김경희씨도 체신공무원으로 발을 디딘지 벌써 18년이 지나고 있다.

김기성씨는 작년에 11년이라는 짧은 경력으로 경사승진과 더불어 경비계장 자리에 올라 경찰인사의 전통적인 관례를 깼다. 대개 20년쯤 근무해야 이 만큼 승진할 수 있는 게 관례였다. 그 비결은 ‘전문성’. 기획력과 분석력과 논리력 말고도 그는 보기드문 공정성을 미덕으로 연마하고 있다.

우연이었는지, 필연이었는지 이즈음 부인 박씨는 우체국 구조조정 바람이 부는 가운데 좀더 새롭고 미개척된 곳으로 가서 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정미면 천의 발령을 자원했다. 지금은 시골 사람들과 어울리며 일에 대한 새로운 재미를 발견하고 있다.

이 정도면 두사람 다 자기 일에 베테랑이라고 할만한 위치에 있다. 또 그렇게 스스로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일이나 상황에 이끌리지 않고 그것을 주도하며 즐거움을 찾고 있다는 점에서 두사람은 닮아 있다.

그럼 이 부부의 가정생활은 어떤지... 두 사람 다 퇴근하고 수요일 저녁기도회까지 다녀온 뒤 밤9시에 불청객처럼 이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당진읍 푸른병원 안쪽으로 좥우체국아파트좦라고 불리는 이름없는 연립주택이 있다. 부모님과 같이 산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알고 보니 ‘두지붕 한가족’.

이 연립주택의 303호에는 부모님 내외분이 사시고 두걸음도 안되는 맞은편 304호에는 김씨 가족이 살고 있다.

3년전, 둘째아들 기성이가 편코 좋다는 부모님을 이쪽으로 모셔 놓고 정작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건 자신들이라고 이 부부는 웃는다. 애들도 돌봐주시고, 맞벌이 며느리를 위해 청소도 해주시고... 당신들께서는 외롭지 않아서 좋고.

두집 사이 복도에 깔려있는 노란 거실용 장판이 벌써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그것은 다섯살 먹은 딸 윤희가 할어버지댁을 맨발로 건너 다닐 수 있도록 해놓은 좥윤희의 길좦이다.

이 집 식구들의 ‘법도’에 따라 손님인 나도 303호에 계신 노부모님 김규환(70세)·성민순(68세) 부부께 먼저 인사를 드렸다. 이것 말고 이 집 ‘법도’의 또 한가지는 양쪽에서 다 식사준비를 하되 아버지댁에서 식사하는 것, 퇴근후 한시간을 함께 지내드리는 것이다.

윤희가 맨발로 밟을 노란장판을 피해 304호로 건너갔다. 그 흔한 응접세트도 TV도 놓여있지 않은, 그저 넓고 깨끗한 거실이 또한 이 사람들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대신 피아노와 책상이 한쪽 구석에 놓여 있다.

‘뭐 얘깃거리도 안되는데 오셨느냐’고 쑥스러워 하면서도 부인 박씨는 활짝 웃었다. 앉자마자 큰 딸 윤희(14세)는 스스럼없이 아빠자랑을 한다.

“얼마전에 제 친구들이 경찰서로 봉사활동을 갔는데요. 아빠가 너무 자상하고 유머감각이 있다고 다들 부러워 했어요.”

“우리 아빠요? 참 좋아요. 요새 제가 사춘기라서요, 가끔 엄마랑 다투게 될 때가 있거든요. 그럼 아빠는 간섭하지 않으면서도 좥주희야, 좋은 아침좦하며 웃어주시거나 저에게 전해주는 동요를 불러주셔서 제마음을 풀어 주세요.”

이에 질세라 엄마 아빠는 또 주희자랑.

“우리 주희가 참 붙임성 있고 명랑하게 자라줘서 고마워요.”

장래희망이 유치원 교사와 성악가라는 주희는 피아노와 가야금 솜씨가 일품이란다. 졸려하는 동생 윤희를 엄마처럼 안아주는 주희언니가 ‘맨날 좋다’는 윤희.

이집 부부의 자녀교육 방법은 달리 없다. 경우 바르고 책임질 줄 아는 모습을, 살면서 그대로 보여주는 것, 그것이다.

같이 살면 살수록 참 진실하고 좋은 남편이라고 느낀다는 아내 박경희씨.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아내가 예쁘고 고맙기만 하다는 남편 김기성씨. 가끔 다툴 일이 있지만 하루를 못넘기는 박경희씨의 화해전략에 매번 승복해주는 남편.

맑은 수채화 같은 한가족을 만난 것은 뜻밖의 소득이다.

그런데 이번 어린이날, 이들 두지붕 한가족에게는 특별한 행사가 있다. 지금 살아있다면 열두살, 6년전 여섯살의 나이로 교통사고를 당해 누구보다 먼저 하늘나라로 가버린 어린 아들, 어린 손자 규호의 묘를 단장하러 갈 참이다. 예산의 잘 아는 형에게 아무도 모르는 곳에 정성껏 묻어달라는 부탁만 하고 6년 동안 아무도 물어보지도, 말하지도 못했던 규호의 얘기. 가족들 아무도 몰래 묘를 찾아내, 몇년간 몰래 몰래 손주 무덤에 꽃을 둘러 심어온 노모님을 모시고 이번엔 다같이 규호를 만나러 가기로 했다.

규호 몫까지 사랑을 쏟은 윤희도 이만큼 자랐고, 이제는 규호를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박경희씨는 나지막히 말한다.

김태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