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 4월 일요일, 동문회 풍경 셋

흐른 세월만큼 첩첩이 쌓인 그리움

‘소들의 별’ 8년만에 만나다

솔뫼마을에 자리잡은 우강초등학교 교정에는 25일 때아닌 운동회가 열렸다. 만국기가 펄럭였고 신나는 동요가 흘러 나왔으며 코끼리, 거북이 등등 동물이름을 새긴 팻말이 세워졌다.

공 굴리기를 하는 주인공들이 반백의 노인들이 아니었다면 십중팔구 초등학교 운동회로 착각했을 듯. 이날은 우강초등학교를 거쳐간 1회~50회까지의 동문들이 8년만에 만나 회의를 하고 화합잔치를 여는 날이었다.

경향각지에 흩어져 살던 동문들은 모교의 70년 역사와 연륜을 말해주는 노거수 플라타너스 아래에서 때이르게 찾아온 더위를 식히며 쌓였던 얘기를 나누고 운동회를 하며 어린시절로 잠시 되돌아갔다.

유일하게 참석한 팔순의 1회 김만회 동문은 “혼자 남아 여기에 왔다”며 두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소들의 별들이여’를 외쳐 잊고 살았던 모교에 대한 자긍심을 일깨우기도 했다.

교직원을 비롯, 까마득한 후배 재학생들도 함께 나와 풍물공연, 리드합주 등 재능을 선보여 말 그대로 소들의 별 잔치가 된 이날 동문회는 급식실에서 끝날줄 모르고 길게 이어진 동문 노래자랑을 끝으로 마무리 됐다.

반세기에 이르는 동문간의 터울도 모교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

총동문회 유태철 회장도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잊을 수 없게 모교”라며 “이제는 서로 여유를 갖고 가슴을 열고 대화하고 사랑 나누는 동문이 되자”고 말했다.

△공로패:구만서(전 동문회장) △감사패:한갑동(성장장학회), 황정근(전 운영위원장) △사은패:성기철(전 교장, 우강초 22년 근무)

심판도 반칙도 없는 ‘합도인’ 축구

합도초등학교 동문회는 젊다. 1회 졸업생이라고 해봐야 40대 초반. 1회에서 15회까지 모인 25일 제6회 합도초 동문 체육대회는 그래서 패기와 힘이 넘쳤다.

학창시절의 추억도 그만큼 생생했고 그 때문인지 아이 한둘씩은 모두 두었을 나이 이지만 남녀 사이에서도 ‘야’ ‘너’하며 기탄없이 반발이 오간다.

운동장 한가운데서 펼쳐지는 축구경기는 심판도 없고 반칙도 없다. 몸 부대끼며 정 쌓는 어릴적 동네축구 그대로다.

운동장 보다 더 푸짐한 건 스탠드에서 오가는 선후배간의 정. 통돼지 바베큐에서 개고기까지 기수별로 준비한 갖가지 음식을 서로 나눠 먹으며 안부를 묻고 동창끼리는 학창시절 얘기에 깔깔 웃음이 연신 터져 나온다.

여느 동문회에 비해 기수는 적지만 모임 때마다 3백여명 이상은 꼭 참석하는 합도초 동문회의 ‘잘 나가는’ 비결은 선후배간에 격의 없고 친근한 분위기 때문인듯 하다. 또 모교를 위해 뭔가 작은 정성이라도 보탤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기도 한데 이날 동문회는 해마다 해왔듯 모교의 자랑인 양궁부에 1백만원을 지원했다.

방진영 동문회장은 “우리 모교도 이제 서른두살을 넘어 청장년층에 이르렀다”며 “모교 발전에 동문들의 사명이 막중하여 지역발전의 초석이 될 중추적 일꾼이 되어야 한다”고 힘있게 말했다.

사탕 멀리 뱉기, 계란 멀리 던져받기 등 ‘짖꿎은’ 경기의 연속이었던 이날 행사는 행운권 추첨을 통한 ‘주최측’의 푸짐한 선물공세로 막을 내렸다.

△학교장 공로패:방진영(동문회장) △감사패:정용해(도의원, 방음벽 설치 도움), 유제신(2회), 김동규(4회), 김명진(6회), 안상원(7회), 백종열(9회), 유기환(13회)

원로 선배님을 위한 국악향연,

후배도 흥겨워 어깨춤

송산 유곡초등학교 운동장은 25일 오전부터 국악의 향연이 흘러 나왔다.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처음으로 동문모임을 만든 늦깍이 유곡초등학교 총동문회(회장 최무영)가 이날 2차 총회와 회원 단합대회를 열었다.

환갑을 넘긴 1회 졸업생에서 32회까지 3백여명이 모인 이날 행사는 연로하신 선배님들을 위한 잔치한마당이었다. 당진출신의 신태양 국악예술원 조교와 경기민요 전수자 조경희 선생의 국악공연, 윤정민씨의 진도 북춤이 이어지는 동안 흥을 이기지 못한 몇몇 동문들은 부모 자식뻘 되는 선후배 가릴 것 없이 무대로 나와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었다.

공연보다 더욱 인기를 모은 것은 가수 ‘뺨치는’ 실력으로 노래를 선보인 동문들 스스로의 무대. 노래솜씨를 자랑하는 동문이나 여기에 춤 장단을 맞춰주는 동문, 이를 지켜보는 동문 모두 폭소와 유쾌한 웃음을 번갈아 웃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면장으로 화제를 뿌렸던 박순자(14회) 동문은 꽁보리 도시락의 학창시절을 그린 편지를 보내 가난했지만 우정이 넘쳤던 과거를 그리워하게 했다.

인근에 사는 노인들도 구경 와 경노잔치나 다름 없었던 유곡초등학교 동문 단합대회는 신생 동문회이지만 50주년을 맞은 모교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갈 가능성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