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 교과서 수정 논란이 거세다. 국방부와 통일부·대한상의 등이 교육과학기술부에 교과서 수정안을 전달했고, 한나라당에서도 교과서 개정논의가 나올 정도다.
이런 일련의 흐름에 대해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고 있는 현직 역사교사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근 대전 서구 정림동에 위치한 한 음식점에서 현직 역사교사들을 만났다. 윤세병(39. 대전과학고교 역사교사), 이영길(40. 대전공업고교 역사교사), 장유철(28. 대전둔원고 역사교사) 교사와의 대담을 소개한다.
최근에 교과서 수정요구가 거세진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윤세병/ ‘내 이야기가 맞다’는 전제 하에 자기 것이 아닌 것은 좌로 몰아세우려는 의도가 깔린 전형적인 편 가르기식 사고라고 본다. 과거 군부독재 시절에 레드 콤플렉스를 자극하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장유철/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논의는 이념 논쟁이라고 볼 수는 없고 자신들의 정당성을 옹호하기 위한 수사가 아닐까. 그래서 좌편향이란 말을 강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이영길/ 어쨌든 이명박 정부가 주장하는 논리를 보면 그들 나름대로 어떤 체계를 지니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다(모두 웃음).
▷윤세병/ 사실이 아닌 것도 반복을 하게 되면 사람들은 결국 믿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이 정부에서 ‘좌편향~ 좌편향~’하니까 대중들이 그렇게 되어가는 경향이 있다.
▷장유철/ 7차 교육과정 이전 국정 국사 교과서는 일부의 사실을 선택적으로 가르쳤다. 7차 교육과정 이후 금성교과서를 포함한 모든 교과서는 최근의 연구 성과나 다양한 관점들을 반영하고 있다. 과거의 이야기를 불편하게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것들을 좌편향으로 본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영길/ 식민지 시기의 경제 발전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나. 일제를 위한 것이 아닌가. 그런 점을 빼고 일본이 식민지를 근대화시켰다고 하는 주장이 과연 옳은가. ‘수탈’이라는 근본 목적은 등한시한 채 통계 숫자만 들이대며 근대화론을 펼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장유철/ 친일파 청산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교과서 포럼이 만든 대안교과서는 금성교과서를 분석 비판하면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편다. ‘이승만 대통령을 위시한 우파 집권 세력은 좌파 공산주의자들이 끊임없이 체제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친일파 청산보다 내부 단결과 반공 태세가 더 급하다고 생각했다’라고.
▷윤세병/ 또한 그들은 ‘프랑스 나치 협력자 대숙청과 한국의 반민족행위자 처벌은 역사적 상황이 매우 상이하다’며 ‘나치는 점령 기간에 대량의 학살을 자행하는 반인륜 범죄를 저질렀다. 그에 비해 한국은 일본과의 전쟁으로 점령된 것이 아니며 그 기간도 35~40년의 장기에 걸쳤으며 국내에서 반일 전선이 공개적으로 형성된 적이 없으며 일제가 학살과 같은 반인륜 범죄를 자행한 적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금성출판사 교과서 채택률이 높은 이유는?
▷장유철/ 현재 발표에 의하면 전교조 조합원수는 전체 교사 대비 18.2%라고 한다. 그런데 금성교과서 채택률은 전국적으로 절반을 넘어선다. 교과서 수정 요구 진영에서는 전교조의 입김으로 교과서가 절반 넘게 채택됐다고 하는데 수치상 18.2%인 전교조의 입김으로는 어렵다고 본다. 그만큼 일선 역사 교사들이 금성교과서를 채택한 이유는 이념성 때문이 아니라 풍부한 학습 자료와 학생 활동을 담아 학생 스스로 역사를 탐구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윤세병/ 뉴라이트 계열 교과서포럼이 만든 대안교과서 12명 집필자 가운데 과연 근현대사를 전공한 역사학자가 단 한 명이라도 존재하는가. 역사를 모르는 자격 미달자들이 현 정권의 이념과 맥을 같이 하여 대안교과서를 만들었을 뿐이다. 우리는 역사를 전공한 역사교사로서 단순 의견이 아닌 사실에 근거한 역사교과서로 수업할 수 있기를 강력히 희망한다.
▷장유철/ 국방부와 통일부가 교과부에 교과서에 대한 수정의견을 제시했다. 국방부는 전두환과 5공 정권을 옹호하는 방향으로 교과서 수정을 요구해 국민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통일부 역시 ‘햇볕정책’을 ‘화해협력 정책’으로 수정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교과부가 이미 상반기에 정부의 각 부처에 한국근현대사 교과서에 대한 수정의견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기에 국방부와 통일부와 비슷한 요구들이 계속해서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영길/ 역사는 과거 사람들의 삶을 성찰하는 학문이다. 다양한 삶의 모습을 다양한 시각에서 제시하고 학생들이 스스로 판단하게 하는 것이다. 일방적인 한가지의 잣대를 가지고 점령군처럼 강요할 것이 아니라 문제제기하는 사람들과 역사연구자와 현장 교사들이 함께 공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