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면천두견주 실패원인 어디에...

민속주 난립속 경쟁력 확보 실패

열악한 자본·홍보전략 부재 파산 불러

‘전통문화의 보존·계승’ 차원서 명맥이을 방안세워야

경주 법주, 서울 문배주 등과 더불어 지난 86년 중요무형문화재(제조비법)로 지정된 면천두견주가 언제부턴가 자취를 감추었다. 작년 9월 두견주 제조장을 운영하던 기능보유자 박승규씨가 빚더미에 올라 파산하면서 공장문은 닫혔고 두견주가 생산되지 않은지 벌써 8개월이 지났다.

당진을 알리는 홍보물에 꽈리고추, 당진쌀 등과 함께 지역특산물로 빠지지 않고 올랐던 면천두견주의 생산중단은 비단 사업자 개인의 불행이기에 앞서 지역의 간판 하나가 내려졌다는 점에서 당진군민의 불행이기도 하다. 때문에 주민들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두견주는 다시 생산되어야 한다고 하나같이 말하고 있다.

면천두견주가 실패한 원인을 더듬어 보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본다. /편집자주/

지방화시대, 특산물의 의미

군내 모 사회단체 임원들은 얼마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외부에서 손님이 오게 되어 있었는데 이들에게 선물하기로 한 면천두견주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기 때문. 당진쌀도 생각해 보았지만 당진지역이 아니면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특산물을 선물하고 싶었다. 그러나 궁리 끝에 선택한 면천두견주마저 구할 수 없게 되자 할 수 없이 이들은 자신들이 직접 농사 지은 들기름을 빈 맥주병에 넣어 선물했다고 한다.

지방화시대 지역특산물이 갖는 의미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고부가가치산업인 관광진흥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요소이자 지역주민의 소득증대와도 직결되는 상품이 곧 특산물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가장 효과적으로 알리고 자랑할 수 있는 좋은 특산물을 갖고 있다는 것은 바로 경쟁력을 확보해 놓고 있다는 의미이다.

면천두견주의 생산중단은 그러한 의미에서 사업자 개인의 문제로 덮어두기 보다 지역의 지도층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강구해야 할 공적인 문제이다.

그러나 생산이 끊긴지 8개월이 넘도록 당진군은 물론 어디에서도 이렇다 할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그것은 두견주 살리기 대책이 전래의 전통문화를 보존·계승해야 한다는 대원칙 아래에서 다각적으로 모색되기 보다 두견주 제조사업장을 살리느냐 마느냐의 문제로만 귀결시켰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그것이 눈에 보이는 현실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상품화 된 ‘면천두견주’를 생산해 온 것은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제조비법 보유자 박승규씨가 유일했다.

그러나 두견주 담그기는 자생 진달래가 유난히 많은 면천지역에서 전래되어온 농가의 생활문화였고, 비록 많이 줄었으나 아직도 그 문화는 살아있다. 일개인의 파산으로 전통문화의 맥이 끊긴다는 것은 지역의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진달래와 안샘물로 빚은 술

문화재 지정후 상품화, 인기누려

면천두견주가 본격적으로 상품화 돼 시판된 것은 지난 86년 양조장을 운영하던 박찬성씨(작고)의 아들 박승규씨의 두견주 제조비법이 중요무형문화재 86호로 지정되면서부터였다.

초창기 면천두견주는 전래의 방식대로 전공정이 수작업으로 생산·출하됐으며 없어서 못 팔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경주 법주, 서울 문배주와 더불어 3대 국가지정 민속주라는 명예와 고려 개국공신 복지겸의 병을 고쳤다는 신비한 전설, 진달래꽃과 안샘물로 빚은 술이라는 낭만적인 멋이 상품성을 더해 각지에 대리점이 생겼으며 지역에서는 두견주 맛을 본 것을 큰 자랑으로 삼아 술병을 모아두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초창기 때부터 두견주 제조장 공장장으로 일해온 송화석(면천 성상리)씨에 따르면 명절 때는 대리점의 주문량을 맞춰주기 위해 한달 가까이 밤샘작업을 했으며 당시 매출액이 최고 2억원에 이르렀다는 것. 그 당시에는 열처리를 하지 않아 유통기한이 2~3개월에 불과했으나 창고에 쌓아둘 사이없이 소비돼 큰 문제가 되질 않았다.

민속주 난립, 경쟁력 확보 실패

수요창출보다 기계화에 투자

그러나 면천두견주의 인기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90년대 들어 전국 각지에서 민속주가 생겨나면서 본격적인 경쟁체제에 돌입했으나 열악한 자본과 낙후된 홍보전략 등으로 지속적인 수요창출을 이뤄내지 못한채 명절 때의 반짝 특수에만 의존하게 됐다.

가격에서도 경쟁력을 잃었다. 자본이 열악한 상태에서 시작하다 보니 대리점을 내면서 2~3천만원에 이르는 보증금을 거둬들였고 이는 곧 중간마진이 공장마진보다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두견주의 공장출고가격은 7천3백원(700㎖), 시판가격은 두배 가까운 1만3천원이었다. 선물용 술값으로는 보편적인 수준이었지만 일반 서민들이 사먹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군내 관광지나 각종 행사에서 시음코너를 운영하는 등의 적극적인 홍보전략의 부재도 면천두견주가 외지인은 물론 지역주민들 사이에서도 점차 잊혀져가는 민속주로 전락하게 된 한 요인이었다.

면천의 한 주민은 “가까운 유원지에 가봐도 다른 민속주는 다 있는데 면천두견주는 홍보포스터마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호기심에 의한 초창기 가수요현상이 2~3년간 지속되다 가라앉는 상황에서 두견주 제조장은 대량생산체제를 갖추었다. 억대의 대출자금을 들여 자동화기계를 들여 놓은 것. 그러나 두견주 제조공장은 경기침체현상이 맞물리면서 제대로 기계를 돌려보지도 못한채 파산하고 말았다.

면천두견주가 실패한 원인은 소비자 기호와 변화된 외부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그 이유는 1차적으로 자본의 한계 속에서 내실있는 운영을 꾀하지 못한 사업자의 경영능력부족에 있겠지만 면천두견주가 독점체제로 생산된 구조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많이 제기되고 있다.

즉, 변화화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것은 바로 무형문화재라는 타이틀에만 의존해 자체적으로 단가와 맛에서 경쟁력을 키우는데 소홀했기 때문이라는 것. 이러한 주장을 펴는 이들은 민속주 시장에서 어느 정도 위치를 확보한 한산 소곡주의 실례와 비교하고 있다.

소비자 기호 맞춰 상품 다양화

한산 소곡주가 주는 교훈

한산 소곡주는 93년 충남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본격적인 상품화의 길을 걸었다.

정식으로 공장인가가 나 있는 것은 한산모시타운내에 있는 소곡주 제조장. 여기에서 생산된 소곡주는 전국 각 도에 있는 9개의 총판과 유명백화점이나 농협, 할인점 등에서도 시판되고 있다. 모시타운에서는 서천군내 사회단체에서 판매권을 갖고 관광객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한산 소곡주는 250㎖짜리부터 1800㎖까지 다양한 용량으로 포장돼 출하되며 열처리를 한 소곡주와 열처리를 하지 않은 생주, 두가지를 생산·시판하고 있다.

즉, 소비자들이 기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상품을 다양화 했다는 것. 열처리를 하지 않은 생주가 유통기한은 짧지만 더 인기를 모으고 있으며, 열처리를 한 소곡주는 주로 선물용으로 팔리고 있다.

이 제조공장의 연 매출액은 20~30억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면천두견주는 장기보존문제가 대두되자 열처리기를 들여 놓은 뒤부터 열처리 제품만을 생산해 왔다. 상품으로서의 다양성을 추구하지 않았으며 소비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한산 소곡주의 시장이 커진데에는 물론 이 제조공장의 힘만은 아니었다. 한산면내 10개 마을에서 150여호의 농가가 이른바 ‘밀주’를 담그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무당국의 단속에선 자유롭지 못했지만 이들은 그 집만의 독특한 술맛을 경쟁력으로 삼아 소비자들을 유인하고 있다고 한다. 값은 제조장 소곡주의 절반수준.

이같이 양극화 된 생산체제는 한때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소곡주의 맛과 전통을 계승·발전시키는데 일정정도 기여해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제조공장의 상품을 판매하는 서천군의 한 사회단체 관계자마저 “단일 생산체제만으로 생산되었을 때 소곡주의 명성은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구조 아래에서 한 사업자가 파산한다고 해서 전통의 맥이 끊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전통잇기’ 주민의지 현실화 시급

물론 철저하게 개인 생산체제로 운영돼온 면천두견주를 당장 다수가 생산하는 체제로 들어가기에는 무리한 면이 없지 않다. 주류제조가 허가에서 신고제로 규제가 완화돼 법적인 문제에선 어느 정도 벗어날 여건이 됐지만 전통 두견주를 빚을 수 있는 인적자원도 소수이며, 이들이 선뜻 두견주 생산에 나설지도 미지수다. 또한 경영에서는 실패했지만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기능보유자가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지역의 자랑이며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지역에서는 보호해야 할 책임도 있다.

그러나 두견주가 당장 빚어지지 않는 한 이러한 논의와 자산들은 아무런 가치를 지니지 못할 것이다. 전통을 계승해야 한다는 지역주민들의 의지가 현실화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싯점이며 기능보유자 박승규씨 또한 경영권에 집착하기 보다 하루빨리 두견주를 생산할 수 있는 길을 터주고 기능전수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두견주에 애정을 갖고 있는 주민들은 지적하고 있다.

당진의 얼굴이면서도 개인사업장의 문제로만 맡겨 두었던 당진군도 지역특산물을 살리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지원책을 강구하는 것이 책임있는 자치단체의 자세가 아니겠냐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