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들이 남긴 유산, 소중히 가꿔야죠”

군자정 지킴이 성윤종씨의 하루

성윤종(54세)씨의 하루는 안샘(면천초등학교 옆에 있는 우물)에 올라가 세수를 하고 군자정 주변을 청소하는 일로 시작된다. 특별한 일이 생겨 집을 비우는 날을 빼고는 이 일은 벌써 10년 넘게 반복돼온 그의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먼 옛날 선조들이 풍류를 즐겼다는 면천 군자정(당진군 향토유적1호)에 꽃이 피는 봄이 되면 그의 손길은 더욱 바빠진다. 찾는이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매일 같이 청소를 해도 항상 입에 군것질거리를 물고 다니는 아이들로 늘 북적대는 군자정은 아침이면 그의 손길을 늘 요구한다.

그렇다고 군자정 관리가 그의 직업은 아니다. 이 일과 관련, 그는 어디에서도 단 한푼 보수를 받지 않고 있다.

“옛 조상님들의 흔적이 묻어있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었든 문화유산이며 이를 소중히 가꿔야 하는 것이 후손된 도리라고 여기기 때문에” 그는 누가 알아주든 말든 매일 군자정을 청소한다.

먹고 사는 문제에 구애를 받지 않아 취미 삼아 이 일을 해온 것도 아니다. 성씨의 직업은 고장난 모터나 가전제품 따위를 수리하는 일.

군자정 바로 앞에 있는 ‘금성전파사’가 그의 생계터전이다. 허름하기 짝이 없지만 그에겐 아내없이 혼자서, 그것도 한쪽 팔이 잘린 2급 장애인의 몸으로 3남매를 키워낸 소중한 일터이다.

성씨의 고향은 서산이다. 아내와 이별한 뒤 3남매를 데리고 생면부지의 면천 땅에 발디딘 것은 지난 85년. 낯선 외지인에게 외상으로 쌀을 퍼주던 인심좋은 이웃들의 도움으로 ‘굶지 않고’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고 성씨는 말한다.

그는 면천의 첫 인상을 ‘무언가 달라도 다른 곳’이었다고 표현했다. 바로 집앞의 군자정도 그러려니와 면천초등학교의 천년 넘은 은행나무, 면천읍성 등등... 그에게는 옛 것을 귀한 보물로 여기는 정신이 깊이 새겨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돌아가실 때까지 상투를 틀고 계셨다는 조부님, 해미읍성안에 자리 잡았던 초등학교를 다닌 기억 등등이 당장 눈앞에 실리를 먼저 생각하는 세태 속에서도 묵묵히 조상들이 남긴 유산을 사랑하게 된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군자정 가꾸기는 유별나다. 안샘의 물이 군자정 연못에 잘 흘러가도록 물길을 터주고, 지난해엔 이웃들과 뜻을 모아 비단잉어 수십마리를 연못에 ‘방생’하기도 했다. 이 잉어들의 밥주는 일도 물론 그의 몫이 됐다.

한번 훼손되면 다시는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조상들이 남긴 유산이기에 성씨는 비내리는 오늘도 군자정에 나와 주위를 살펴본다. 매년 피었다 지는게 꽃이지만 군자정 주변에 흐드러지게 피었던 왕벚꽃이 지는 것을 아쉬워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