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했던 역사와 달리 낙후된 이집트의 현실

나일강 수력발전으로 전력 넘쳐나

5000년 전의 문명 세계를 오늘 날에 볼 수 있는 지구상의 유적지는 많지 않다. 인류 문명의 보고요, 세계적인 문화 유산으로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북아프리카의 이집트를 지난 2월초에 견문 답사했다. 도시공학 전문가들과 함께 인류 역사의 시작과 도시의 형성이 고대사와 중세사에 걸쳐 오늘 날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해 왔는지 나일강 주변의 인류가 살아왔던 흔적을 파헤치고 연구하는 학술여행(한양대학교 도시개발박사 과정)의 일원으로 일주일간의 현장 체험은 너무나 값지고 소중한 교훈을 얻는 기회였다.

사막의 한 가운데 한 줄기 서광처럼 유유히 흐르는 나일강이 주는 천혜의 자연 유산의 혜택 속에서 인류 문명은 꽃을 피우기 시작 했다. 매년 6,7,8월이 되면 아프리카 상류에서 발원된 나일강(총길이 6690㎞ ,길이를 기준으로 세계 최대의 강, 유역면적 300만㎢)이 홍수로 범람하고 강 유역은 비옥한 옥토로 변하게 된다. 홍수가 휩쓸고 간 자리엔 농사가 시작되고 뜨거운 태양 빛이 곡식을 영글게 만들어 풍부한 먹을거리가 양산되어 도시가 발전하게 되었다. 잉여 생산물의 풍부함이 피라미드 같은 불가사의하고 거대한 건축물을 수 백년 동안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집트인들은 자연이 주는 물과 빛의 혜택을 온전히 보전하고 가꾸며 오늘날까지 지속 가능한 삶의 터전이 자자손손 후손들에게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태양의 신과 파라오의 절대 군주가 통치했던 고대 이집트의 찬란했던 역사의 영광과 다르게 오늘날 이집트는 너무나 선진화 되지 못했다. 인구 약 8천만 명에 카이로에만 1800만의 사람들이 파라오가 남긴 유물을 보존하며 살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400달러(USD)에 불과해 우리와 열 배 이상 소득차를 보이고 있다. 낙후된 도시 관리로 인해 우리가 도착한 카이로는 매쾌한 자동차 매연과 색바랜 현대식 건축물로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늦은 밤 나일강변에 위치한 호텔에서의 야경은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일주일동안의 긴 이집트 여정을 어떻게 하면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 머리 속이 복잡해지고 시차(-7시간)가 겹쳐 숙면에 실패하고 나는 이른 아침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일행은 클레오파트라와 알렉산더 대왕의 흔적을 찾아 북쪽 지중해 연안의 이집트 제2의 도시 알렉산드리아로 향했다. 3시간의 버스길은 나일강 하류의 델타 삼각주에 넓게 자리 잡은 도시들을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적벽돌로 지어진 4~5층 주택이 즐비 했는데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면서도 이상하게도 꼭대기 층은 지붕도 벽도 없고 기둥만 앙상하게 남아 마치 폭격 맞은 폐허의 도시 같았다. 지붕 없는 건물은 건축이 진행중인 건물로 비록 아래층에 사람이 거주해도 모두가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서라는 가이드 선생의 설명을 듣고 그럴 수도 있겠구나 했지만 보기에 안 좋았다. 인구300만의 도시 알렉산드리아에 진입하자 대낮인데도 거리의 가로등에 불이 켜져 있었다. 나일강을 이용한 수력발전 덕택에 전력 생산이 넘쳐나기 때문이란다. 이집트의 주요 산업은 관광 산업이 가장 비중이 높고, 석유 가스 생산, 수에즈 운하 통행료 등이 주요 경제 운용의 축이 된다. 알렉산드리아는 푸른 지중해를 볼 수 있는 U자형 도시로 조망권에 따라 상업시설과 주거 및 공공시설들이 배치해 있었다. 시민들은 뜨거운 햇살과 살겨운 바닷바람을 맞이하기 위해 모두 지중해 연안으로 나와 있었다. 여기서 경제력은 약하지만 행복지수가 우리보다 높은 이집트 사람들의 여가 보내기를 엿볼 수 있었다.

카이로에서의 나흘간의 시간은 60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옛 카이로(올드카이로지구)에서부터 가장 최근에 조성하고 있는 새로운 주거단지(6th OCTOBER City)와 사카라(나일강 연안의 고분마을), 다슈르, 리슈트 등의 옛도시 흔적들을 돌아보고 잘 보존 되어 있는 기자의 피라미드와 고고학박물관(1902년 개관, 10만점의 유물 소장) 등을 돌아보았다. 카이로의 구석구석을 보면서 찬란했던 역사는 과거일 뿐이고 지금의 카이로는 너무나 낙후되어 다른 느낌을 받았다. 퇴색된 건축물과 무질서한 상업시설과 간판, 어지러운 전선줄, 쓰레기가 넘쳐나는 불편한 보행로, 우리보다 30년 이상 뒤떨어진 경제상황과 도시 행정 관리가 실망스러웠지만 우리 학술 연구단에게는 새로운 도전과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발전된 한국의 시각으로 경제적으로 낙후되어 있는 이집트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것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