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여정 마치시고 하늘에서 편히 쉬소서

어머니. 1908년 2월 서산 지곡의 시골마을에서 최참봉댁 맏딸로 태어나신 어머니, 고운 모습에 눈망울이 크고 아름다우셨지요. 100년의 세월을 온몸으로 부딪치시며 조선왕조의 멸망과 일제강점기, 해방, 6.25 전쟁... 우리 민족의 힘겨웠던 그 시절을 묵묵히 살아내시었습니다. 이 민족에게 질풍이 불어치던 험난한 그 시절, 꽃다운 18세에 가마타시고 쇠락한 선비집 단양 우씨 문중으로 들어오시어 삼남사녀 두시고 한마디 어렵다 하지 않으시고 그 매서운 손길로 텃밭 일구시며 집안에 작은 불씨가 되어 얼어붙었던 그 시절 몸 붙일 곳 없는 우리들의 마음을 온몸으로 녹여주시고 그 품에서 우리를 안아 고이 키우셨습니다.

그 모진 세월, 넘기 힘든 보리고개 보리베어 푸른 죽 쑤어 상 차려주시고 가난함을 이기시느라 이십리길 걸어 볏단을 지어다가 새끼꼬아 가마니 만들어 팔아 자식들을 먹이곤 하셨습니다.

그 추운 겨울 어머니는 밤새워 길쌈하시고 솜 놓아 무명 저고리 바지를 손으로 지어 이튿날 아침이면 수북히 놓여진 그 옷가지, 그 따뜻한 사랑으로 살에이는 겨울 바람을 막아주셨습니다.

어머니, 눈붙일 겨를도 없이 그 고단한 몸 일으켜 단정히 머리 빗어올려 비녀 꽂으시고 온 집안을 살피시며 일하시며 자식들 돌보시느라 그 긴 세월이 바람처럼 지나가는 것조차 잊으시고 살아오셨습니다.

어머니, 그 어느 구석 어머니 사랑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있었으리요마는 늦으막 얻은 막내 아들 고이시느라 전쟁 중에 가슴 쓸어내리며 품에 안아 모든 정성 쏟으시며 어머니의 가슴은 늘 사랑으로 가득하셨습니다.

어머니, 이 세상에서 어머니보다 더 따뜻하신 사랑을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겠습니까? 이 세상에서 어머니보다 강하신 이름을 어디에서 부를 수 있겠습니까. 어머니처럼 순수하고 인자하신 모습을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겠습니까?

어머니의 그 손길, 그 사랑이 거름이 되어 우리 칠남매는 이제 장성하여 100명이 넘는 일가를 이루었습니다.

평생 갚을 길 없는 어머니 사랑에 빚진 저희들은 어머니께서 물려주신 그 부지런함으로 그 사랑의 넉넉함으로 사는 날동안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열매를 맺어 가겠습니다.

막내며느리 따라 두손 모아 간절히 수줍게 기도하시던 어머니.

어머니 하관하시던 날 흐린 하늘이 열리고 눈부신 햇살 사이로 어머니의 영혼은 하늘로 올리우셨습니다. 이제는 그 몸 우리 곁에서 떠나가시고 우리 마음에만 남아계신 어머니, 하늘에서 내려보시고 언제나처럼 따뜻한 웃음으로 자식들 이름 정다이 불러 주실 어머니, 사랑으로 만들어 놓으신 그 그늘에 길가다 힘들 때면 어머니 생각하고 기쁠 때 달려와 그 곳에서 잠시 쉬지요. 고단한 여정 마치시고 하늘에서 편히 쉬소서.

막내며느리 안은경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