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에콰도르의 핵심도시인 키토는 빈부격차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도심이 형성되어 있다. 안데스 산맥 위에 기다랗게 놓인 도시는 경제적 계층에 따라 나뉜다. 북부는 잔디마당을 둔 그림 같은 고급 주택가가 형성된 이른바 부촌인 반면 남부는 성냥갑 같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은 빈촌이다. 북부의 부촌은 보는 이들에게 동경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같은 부촌은 도심범죄의 급증, 빈부격차의 확대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또한 대다수의 고급주택 단지는 식생이 우수한 숲을 파괴한 후 건설되기 때문에 자연생태계를 훼손한다. 뿐만 아니라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에서 드러났듯이 산불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경제학자들은 빈부격차 확대의 상징적인 현상으로 주거지의 분리와 단절 현상을 꼽는다. 치안이 불안할수록, 빈부격차가 심화될수록 '주거지 분리와 집중현상'이 심화된다. 중남미에서 흔히 나타나는 주거지 분리와 집중의 현상은 사회적 불완전성의 결과다.
요즘 한국농어촌공사와 당진군이 순성면 성북1리 아미산 자락 7만6412㎡(2만3천여평)에 66세대 전원마을 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농촌지역에 쾌적하고 다양한 형태의 주거공간 조성을 지원해 도시민의 농촌유입을 촉진함으로써 농촌인구 유지 및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전원마을 대상지가 아미산 정상 동쪽 아래에 위치했고 상수리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사업이 시행될 경우 3천여주의 나무와 각종 동식물 서식지가 크게 훼손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미산은 당진에서도 자연생태계가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특히 전원마을 대상지는 등산로가 없기 때문에 사람의 손을 거의 타지 않아 원시림이 잘 보전돼 있다.
만약 아미산 자락인 이 야산을 절토하고 전원마을을 조성할 경우 자연생태계가 크게 훼손돼 인근 아미산 정상부분과 면천의 야생동식물보호구역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당진 주민과 어린이들의 거의 유일한 휴식처이자 생태학습장이 파괴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자연생태계 뿐만 아니라 농촌 마을공동체의 분열과 단절도 우려되고 있다. 농어촌공사의 계획대로 전원마을이 조성될 경우 같은 성북리 내에서의 주거지 분리현상이 우려된다. 현재 성북1리에는 64세대 181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전원마을 예정 세대가 현 주민보다 많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현 주민보다 더 많은 외지인이 들어 올 경우 문화적인 차이로 인한 갈등을 비롯해 도로, 상수도, 폐수처리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성북리 전원마을 조성계획에 따르면 단독주택 650㎡(197평) 규모 34세대, 테라스하우스 357㎡(108평) 규모 32세대 등 66세대에 모두 19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조성원가로만 따져도 세대당 3억원 꼴이다. 100~200평의 면적에 3억원이면 누가 보더라도 농민이나 일반 서민으로는 입주하기 힘든 수준이다. 문화, 경제적 차이가 큰 부유한 도시민들이 대거 입주할 경우 마을 커뮤니티의 붕괴는 물론 위화감으로 인해 기존 주민들에게 큰 상처를 입힐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처럼 농촌공동체를 파괴할 수밖에 없는 전원마을 추진 주체가 다름 아닌 농어촌공사라는 데에서 할 말을 잃게 한다. 농어촌 정비사업과 농업기반시설 관리를 임무로 하는 한국농어촌공사가 언제부터 땅장사에 집장사까지 하게 됐는지 모르겠다. 농업과 농촌을 살려야 할 농어촌공사가 도비도 농어촌관광휴양단지 확대조성 사업으로 친환경농업지구를 훼손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도시의 부유층을 위한 부촌 조성으로 농민들의 가슴에 못을 박고 있다. 여기에 당진군도 농어촌공사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 특히 청정 산림지역인 아미산의 한 자락을 계획관리지역으로 지정해 산림을 훼손하고 주택지를 조성할 수 있게 했다. 당진의 굳건한 토건동맹이 서민의 가슴에 못을 박고 부유층에게 특혜를 주고 혈세를 낭비하고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아미산의 청정한 자연생태계와 아름다운 농촌마을과 사회적 정의를 물려주고 싶다면 성북리 전원마을 조성사업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